'페북 대란' 제재, 유튜브 '공짜망' 사용에 여파 미칠까

입력 2018-03-21 19:14  

'페북 대란' 제재, 유튜브 '공짜망' 사용에 여파 미칠까
통신 3사와 서버 증설비용 이견…페북 협상이 판도 변화 결정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국내 인터넷망을 공짜로 쓴다는 논란을 일으킨 페이스북이 2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제재를 받게 되자, 유사한 문제가 있는 구글 유튜브에도 어떤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외국계 동영상 서비스다.
이들은 비디오 콘텐츠로 엄청난 트래픽을 일으키지만, 네이버 등 국내 업체와 달리 한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아주 적게 내거나 지급을 거부해 '특혜'·'역차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의 발단은 '캐시서버'라는 설비다.
이 서버는 한국 사용자가 자주 보는 동영상을 저장해 원활한 재생을 보장한다. 페이스북·유튜브 사용 고객이 많은 국내 통신사로서는 꼭 필요한 설비다.
캐시서버가 없으면 한정된 국외 인터넷망으로 페이스북·유튜브 동영상을 가져와야 해, 사용자가 몰리면 서비스가 느려지거나 끊길 위험이 커진다.
문제는 페이스북·유튜브가 캐시서버의 회선 비용을 내길 꺼리면서 벌어졌다. 우리 통신사가 페이스북·유튜브의 원활한 재생에 목을 매다 보니 외국계 사업자가 '갑'이 됐다.
결국 KT·SK브로드밴드(SKB)·LG유플러스 등 3사는 수년 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조건에 각자 유튜브의 캐시서버를 들여놨다.
페이스북은 상황이 더 나빴다. KT만 캐시서버를 설치했고 SKB와 LG유플러스는 서버 협상 자체가 공전했다. 회선비 부담 방안을 둘러싸고 페이스북과 2개 업체 간 견해가 좁혀지지 않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사례는 캐시서버 설치 여부와 관련해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이 같다. 유튜브도 어쨌든 종전 계약에 따라 서버를 운영하고 있지만, 초고화질(4K) 서비스 등 여파로 트래픽이 급증하면 결국 추가 비용을 유튜브 측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에선 페이스북이 이런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국내에서 '접속장애'(일명 '페북대란')까지 일으킨 잘못을 인정한 방통위의 이번 제재 결정이 잘못된 구조를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번 조처를 토대로 SKB와 LG유플러스가 제대로 비용을 받으며 페이스북과 캐시서버 계약을 맺고, 이어 통신 3사가 유튜브에도 페이스북 사례를 거론하며 '헐값' 계약 조건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실제 유튜브까지 여파가 미치기엔 난관이 많다. 방통위의 이번 과징금은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액수가 4억원이 안돼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인 페이스북에 사실상 부담이 없다.
페이스북이 과징금을 사실상 '솜방망이 제재'로 보고 SKB 등과의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하면 지금의 기울어진 판세가 계속될 수 있다.
유튜브는 통신 3사와 서버 운영 계약이 확정된 상태라 아예 새 계약을 논의하는 페이스북 사례보다 조건 수정도 훨씬 더 까다롭다.
유튜브는 예전에도 회선 비용의 추가 부담 요구를 받았지만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고, 캐시서버가 통신사에 국외 회선비 절감 등 혜택을 주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트래픽이 급증하는데 통신사만 무작정 인프라 증설을 할 순 없다. 유튜브가 자사 방침을 고집하다가는 결국 서버 능력 초과로 접속 불량이 일어나 무고한 사용자만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별도로 논평할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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