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부친상 다음날 경기도 벤치 지휘
선수들에게 "2승이 아니라 2패라고 생각해야 한다" 독려
(청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7) 감독이 2월 말에 세상을 떠난 부친(위정환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위성우 감독은 21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청주 국민은행을 75-57로 물리치고 3연승으로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여자농구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6번 경험한 감독은 위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특히 신한은행 코치 시절을 포함하면 최근 12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독차지하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위 감독은 국민은행과 정규리그 1위 경쟁이 한창이던 2월 24일에 부친상을 당했다.
그리고 25일 바로 국민은행과 맞대결에서 직접 코트에 나와 경기를 지휘할 정도로 '독한 근성'을 보여줬고, 결국 우리은행 선수들은 6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에 보답했다.
위 감독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기 때문에 더욱 우승이 간절했던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다음은 위 감독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 사실 무슨 말이 필요 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하루다. 흔히 하는 말로 '아름다운 밤이에요'다.
-- 이번 시즌이 유독 힘들었다고 하는데.
▲ 솔직히 매 시즌 안 힘들었던 적이 없지만 올해는 정말 하나를 해결하면 또 문제가 생기고, 해결하면 터지는 것이 반복됐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또 교체해야 했을 때는 정말 '우승하지 말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
-- 부친상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 사실 아버지는 부산에 사셔서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자주 뵙지는 못했다. 지금도 가끔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분을 뵈면 생각이 날 정도인데 저에게 농구를 시작하게 해주신 것도 아버지셨다. 자식 위해 늘 기도해주셨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마 이게 돌아가시면서 마지막 선물을 해주신 것 아닌가 싶다.
-- 경기 전에 '마음속의 MVP"로 임영희를 꼽았는데.
▲ 사실 김정은이 아니었으면 오늘 임영희가 MVP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을 영입하면서 선수들이 김정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더 우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고마웠다. 김정은도 역할을 잘했지만 임영희, 박혜진이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 또 오늘 MVP를 (김)정은이가 받았지만 (임)영희나 (박)혜진이가 서운해하지 않을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래서 우리 팀이 잘 되는 것이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 우선 쉬고 싶다. 오늘 지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도 경기 전에 '우리가 2승이 아니고 2패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생 임영희 나이도 있고 원정에서 두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오늘 보니까 임영희, 김정은은 완전히 배터리가 다 되었더라. 상대인 국민은행도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올라와서 오늘 존경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우승은 우리가 했지만 국민은행도 정말 칭찬받을 경기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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