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2년새 6차례 1.5%P 인상…"올해 3차례 인상기조 유지"
'골디락스' 실물경기·인플레이션 자신감 반영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20~21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금융시장에선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하지만 지난달 취임한 파월 의장으로서는 'FOMC 데뷔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전임 재닛 옐런 의장이 통화 긴축에 시동을 걸었다면, 파월 의장은 긴축 행보가 가속하는 시점에 무대에 올랐다는 상징적인 첫 회의를 보여준 셈이다.
이번 금리 결정을 기점으로 미국의 정책금리(1.50∼1.75%)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0%)를 웃돌게 된 점도 주목된다.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것은 10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자본유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에선 그 가능성을 그다지 크게 보지는 않고 있다.
특히 연준은 올해 3차례, 내년 3차례 각각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운용에 적잖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금리 인상 고지 '6부 능선' =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지속했던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2015년 12월이었다. 금리 인상의 길로 들어선 연준은 2016년 12월과 지난해 3월·6월·12월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6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모두 0.25%포인트씩 정책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으로, 2년여 동안 연방기금금리를 0.00~0.25%에서 1.50~1.75%로 1.5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연준 점도표(dot plot)에서 제시된 장기금리(longer run) 전망치 2.75%와 비교하면, 목표치의 60%를 달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장기금리 전망치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최종적인 정책금리를 의미한다. 목표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0.25%포인트씩 5차례 안팎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시장의 관심은 어떤 속도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지에 쏠려있다. 동시에 경제 여건에 따라서는 정책금리 목표치 자체가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
◇ 온기 도는 실물경기…파월의 스텝은 = 전임 옐런 체제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매년 3차례씩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는 기본 방침을 내세웠다.
지금까지는 '파월 체제'의 긴축 행보도 이러한 옐런의 스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 의장으로서 첫 번째 FOMC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이번 결정은 옐런 체제부터 예고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관측에 부응하듯, 연준은 올해 3차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당초 2차례에서 3차례로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기존 옐런 체제의 스텝을 가급적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명 '골디락스 시나리오'와도 맞물려 있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가 너무 과열되지도 않고 냉각되지도 않은 '온기'를 유지한다면, 무리하게 통화정책 궤도에 변화를 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는 실물경기의 탄탄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업률은 17년 만의 최저치인 4.1%까지 떨어졌고, 소비와 투자 지표도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주택가격도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도 실물경기의 열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근거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말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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