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없어…영국이 테러 저지 실패했거나 배후 감독 가능성"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외무부가 2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 개입설을 해명하기 위해 자국 주재 외국 대사와 외교관들을 불러 브리핑을 열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브리핑에는 140개 이상 국가 대표들이 참석했으나 사건 당사국인 영국 대사와 영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미국 대사 등은 불참했다.
러시아 측에선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 국장 블리디미르 예르마코프와 러시아군 화생방방호군 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소장 등이 참석했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영국 측 주장에 대해 "우리가 들은 어떤 가설도 비판을 견뎌내지 못한다"면서 "영국 당국자들은 어떤 증거도 없이 히스테리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고 러시아의 해명을 요구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영국 영토에서 러시아 시민(피해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딸 율리야)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영국 정부가 그러한 테러를 저지할 능력이 없든지, 아니면 그들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러시아 국민에 대한 공격을 감독했든지 2가지 가능성만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 측은 조사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하지 않고 있으며 율리야에 대한 질문에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측에 어떤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공격은 서툴게 조작된 불법적인 모험주의임이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 사건에 어떤 연관도 없다"고 강조했다.
예르마코프는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모든 화학무기를 완전히 폐기했으며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번 사건에 러시아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사용됐다는 영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브리핑에 참석한 주러 영국 대사관 대표는 "사건 발생 뒤 러시아에 협의를 제안했지만 어떤 건설적 협력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국가 반역죄로 자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나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 율리야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중태다.
영국 당국은 스크리팔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 점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하는 등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스크리팔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맞추방하면서 사건이 러-영 양국 간 외교전으로 비화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앞서 자국 국영방송에 출연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애초 영국에 있었거나 미국과 슬로바키아, 스웨덴, 체코 등에서 유입됐을 것이란 가설을 제기했다.
<YNAPHOTO path='AKR20180322002100080_01_i.jpg' id='AKR20180322002100080_0301' title='' caption='(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 청사'/>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