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도로공사 vs 디펜딩챔피언 기업은행, 챔프전 격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IBK기업은행 전성시대를 만든 김희진(27·기업은행)과 박정아(25·한국도로공사)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5번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고, 3차례 우승컵을 든 둘은 이제 서로를 '상대 팀'이라고 부른다.
정규리그 1위 한국도로공사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2위 팀 기업은행은 23일 김천체육관에서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도로공사에 새 둥지를 튼 박정아, 박정아 없이도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은 김희진의 맞대결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메인 테마다.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맞섰다.
5전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을 노리는 도로공사와 V리그 여자부 최다인 4번째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챔피언 기업은행은 치열하게 싸울 전망이다.
김희진과 박정아도 우정을 잠시 내려놓는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둘 때만 해도 "동료 이상의 감정이 있는 선수"라고 서로를 소개했지만, 이젠 "지금은 막아야 하는 상대 팀 선수"라고 했다.
김희진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21일 "박정아는 이제 상대 팀 선수다. 지난 시즌에는 동료였지만 지금은 꼭 이겨야 하는 상대"라며 "평소에 연락도 잘 하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여전히 둘은 절친하다. 하지만 우승컵을 앞에 두고는 이런 '냉정한 농담'도 했다.
기업은행은 창단과 동시에 2010년 11월 여자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해 서울중앙여고와 남성여고에 대한 지명권을 받으면서 당시 고교 최대어 김희진(중앙여고)과 박정아(남성여고)를 모두 영입했다.
2011-2012시즌부터 V리그 무대에 뛰어든 기업은행은 두 거물급 선수를 앞세워 신흥명문으로 올라섰고 총 3차례 우승(2012-2013, 2014-2015, 2016-2017)을 차지했다. 둘은 대표팀에서도 함께 뛰었다.
시간이 지나, 김희진과 박정아가 동시에 FA 자격을 얻었다.
김희진은 연봉 3억원에 기업은행에 잔류했지만, 박정아는 연봉 2억5천만원의 조건에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김희진을 보유한 '디펜딩챔피언' 기업은행은 2017-2018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꼽혔고, 박정아 영입으로 공격력과 높이를 동시에 끌어 올린 도로공사는 기업은행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꼽혔다.
예상대로 김희진은 기업은행을 챔프전까지 이끌었고, 박정아는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에 일등 공신이 됐다.
서로를 상대로도 팽팽하게 싸웠다.
김희진은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160득점, 공격 성공률 35.50%를 올렸다. 박정아도 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167득점, 공격 성공률 35.93%로 김희진과 거의 같은 기록을 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이바나 네소비치(도로공사)와 매디슨 리쉘(기업은행)의 최고 외국인 선수 대결, 도로공사 출신 기업은행 선수 고예림, 이고은, 김미연의 활약도 등 관전 포인트가 많다. 하지만 가장 눈길은 끄는 건, 김희진과 박정아다.
한국배구연맹도 홈페이지 대문을 김희진과 박정아로 장식했다.
오랜 친구에서 처음으로 적으로 만난 김희진과 박정아는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이제 둘은 함께 웃을 수 없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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