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산수만으로도 우리 삶은 달라진다

입력 2018-03-22 09:51   수정 2018-03-22 10:17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우리 삶은 달라진다
미국 경영 컨설턴트가 쓴 '산수의 감각'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대부분 한국인은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수학과 '속 시원히' 결별한다. 더 일찍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흘러가면, 숫자 자체가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수포자'를 칭하는 용어가 조금 다를 뿐이다. "내 주변의 친척과 친구들, 그리고 사실상 모든 정치인이 고등학교 이후 뇌리에 남아 있던 모든 수학적 사고를 완전히 지운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말하자면 '수학(으로부터의) 난민'인 셈이다." 평범한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 셰프너는 이러한 세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한다. 수학 에세이를 간간이 써왔던 그가 책 '산수의 감각'(바다출판사 펴냄)을 쓴 것도 그 때문이다.
세상 모든 곳에는 숫자가 있다. 시간과 온도, 키와 몸무게, 속도와 거리, 전압과 전력, 가격과 할인 등 이 모든 것은 숫자다. 원금, 이자, 세금, 보험, 중개비용, 교통비, 운전면허도 숫자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수학 난민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은 우리 인식보다 훨씬 더 수학이 일상생활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정리했다. 미국에 사는 두 가족을 가상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젊은이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대가가 무엇인지, 범죄자가 반드시 잡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책에 등장한 38개 사례에는 16살 때부터 하루에 담배 한 갑 반을 피우기 시작한 빌리 레이의 이야기도 있다. 흡연 습관을 유지한다면 그는 66세에 담뱃값으로 8만 달러 정도를 쓰게 된다. 50년간 매년 5% 물가 상승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빌리 레이가 쓰는 돈은 34만 달러다. 한계세율 30%를 가정하면, 49만 달러는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그가 연평균 담뱃값으로 쓰는 돈은 9천800달러, 이는 하루에 25달러가 넘는 돈이다. 여기에 담배를 피움으로써 아주 조금씩 줄어들지도 모르는 수명의 길이를 생각하면, 흡연이 얼마나 삶을 파괴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이러한 사례마다 끌어오는 것은 미적분이나 유한 기하학과 같은 고차원적 수학이 아니라는 데 책의 방점이 있다. 종이 한 장을 펴놓고, 단순한 덧셈·뺄셈·곱셈·나눗셈만 제대로 해도 일상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
김수경 옮김. 248쪽. 1만5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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