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엄마와…'·'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나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우리 애는 덩치만 컸지 하나도 몰라요." "우리 애는 느려요." "때가 되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다수 부모는 아이 성교육을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을 받았을 때 셋 중 하나의 답을 내놓는다.
구성애 강사의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 교육이 한때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성교육은 얼굴부터 달아오르는, 부담스러운 숙제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폭력 문제가 떠오르면서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새로운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남아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부쩍 고민이 많아졌을 부모를 위한 책들이 서점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회학과 여성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 김서화 씨는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미디어 일다 펴냄)를 펴냈다.
방송 등을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 씨도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다산북스 펴냄)을 출간했다.
성인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시선에 비판이 있는 것처럼, 왜 남아만을 겨냥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씨는 이에 "아들은 '다르고' 그에 걸맞은 성교육이 따로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지금 아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아들들이 성교육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지나치게 '다른' 성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씨도 지금까지의 성교육이 '기울어진 막대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딸에게는 성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성에 대해 움츠러들게 하는 성교육을 시키면서, 대조적으로 아들에게는 성을 무책임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성교육을 시키고 있죠."
성을 성관계로 이해하다 보니, 딸에게는 성폭력을 피하고 아들에게는 '사고'를 치지 않도록 조심시키는 식의 교육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에 따르면 양육자들은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잠재적 피해자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해 성교육에 덜 적극적이 된다.
또 현재 진행되는 관련 교육은 '성폭력을 하지 말라'가 아닌, 사실상 여아들을 겨냥한 '성폭력을 당하지 말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자는 아들과 성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을 기록하면서 성교육을 아이와 일상에서, 실제 경험에서 '대화'로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조기 영어교육에서 빌려온 실천법이다. "모든 일상을 젠더 문제로 바라보라, 깊게 빠져 고민하게 하라, 계속 질문하라,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 빠뜨려라, 실제 경험 속에서 문제를 찾아라, 사람들의 다양한 조건과 문화를 이해시켜라, 반복하라, 외울 건 외워라."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은 성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성 의식과 성평등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숱하게 부딪칠 법한 다양한 성 관련 상황과 물음에 대한 답을 담았다.
2차 성징을 축하하는 존중파티부터 연애성적표, 자위예절 등 저자가 실제로 아들 성교육 때 실천한 내용도 보인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276쪽. 1만5천 원.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260쪽. 1만4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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