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와 관련해 유럽 정상들에게 자국 내 러시아 스파이들을 추방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7) 암살 시도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영국 정부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내놓은 데 고무돼 한발 더 나아가 공조 행동을 요청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만찬에서 러시아 공격 행위들의 패턴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의 위협은 다가올 몇 년간 우리가 견뎌야 할 위협"이라며 "영국은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힘을 모아 이런 위협에 대응할 것이다. 함께 뭉쳐서 우리는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공조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의 잔혹성을 강조하는 신경작용제 '노비촉'의 사용은 화학무기금지조약의 명백한 위반임을 부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앞으로 몇 주일간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정보기관 요원들로 추정되는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해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독일과 미국, 덴마크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시리아 내전 개입,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라 전략적 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번 주초 나온 EU 외무장관 성명이 러시아 이외에 책임이 있다는 타당한 대안이 없다는 미·영·독·불 정상 공동성명에는 못 미친다는 점 등 들어 EU 차원의 통합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0일 이번 스크리팔 암살 시도와 관련해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
메이 총리는 과거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스크리팔 암살 시도에 사용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자 외교관추방 등을 포함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키로 하고 1주일의 시한을 부여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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