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루게릭병 아닌 척수성 소아마비였을 가능성"

입력 2018-03-22 12:00  

"스티븐 호킹, 루게릭병 아닌 척수성 소아마비였을 가능성"
미국 유명 의학자, ALS 당초 오진이었을 개연성 시사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최근 타계한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박사는 루게릭병이 아니라 실제론 척수성 소아마비를 앓았을지 모른다고 미국의 저명한 의학 전문가가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의대 크리스토퍼 쿠퍼 명예교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주장,고(故) 호킹 박사가 54년 전 걸린 질병이 오진이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쿠펴 교수는 호킹 박사의 증상 등이 루게릭병의 의학적 병명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의 전형적 증상 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LS는 운동신경질환(MND)의 일종이다. MND는 전체 신경계 중 운동을 지배하는 신경계 세포에만 장애를 입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근육이 위축되고 근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MND의 90%가 ALS여서 둘은 사실상 같은 뜻으로 쓰인다. 나아가 운동신경이 이어지는 얼굴, 팔, 가슴, 다리 등 몸의 각 부위가 마비되고 가로막과 갈비 사이 근육이 약해져 호흡곤란이 와 사망한다.
쿠퍼 교수에 따르면, ALS는 보통 삶의 후기(평균 55세 이후)에 발병해 끊임없이 악화하며 진행된다. 통상 진단 후 3년 내(중간값)에 사망하며 10년 이상 사는 경우는 20% 미만이다.
호킹 박사는 21세 때 ALS로 진단받았고 의사는 2년 정도 더 살 것으로 예상했으나 진단 후 무려 55년동안 생존하다 76세로 타계했다. 생전에 팔다리와 근육에 수동적 흉부물리요법과 물리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았다.
쿠퍼 교수는 호킹 박사의 발병 시기와 경과 등이 의학계가 아는 ALS와는 다르다면서 "물론 의료에선 (기적이나 예외 사례 등)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ALS였을 개연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호킹 박사의 신경학적 문제가 운동신경계에만 영향을 미치고 말초근육만 약화한 상태로 계속 머물렀다는 점에서 척수성 소아마비(회백수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아마비는 20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주요 감염병이었으며 특히 1952년에 도 대유행했는데 호킹 박사는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63년에 소아마비 바이러스나 유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추정했다.
소아마비 가운데 척추성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에 중추 신경계의 운동신경세포가 감염돼 일어나는 것으로 심한 경우엔 마비와 근육약화, 골격근 변형이 다리 한쪽 뿐만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들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상 어릴 때 걸리지만, 나이가 들어 감염되면 증상이 더 심하다.
쿠퍼 교수는 "의학과 천체물리학의 실행은 모두 과학에 의해 추동되며, 이 두 학문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방법으로 인간의 이해의 한계를 넓혀왔다"고 말해 현재까지의 과학적 증거에 비춰보면 ALS가 아닐 수 있음을 강조하려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의학은 예술, 천체물리학은 신비(mystery)이며, 이 둘을 이해하려면 믿음이 필요하다"면서 "우주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그토록 많듯이 신경질환에 관해서도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시인했다.
이어 "호킹 박사는 그 존재 자체로 이 두 미스터리에 빛을 비춘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추모, 호킹 박사의 질병이 의료계에 남긴 불가사의와 숙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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