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로비 불구 그리스, 이탈리아 등 반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영국의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이달 초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독살시도가 러시아 소행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2~23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입수한 정상회의 합의 초안은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독살시도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고 있으나 핵심 사안인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러시아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안은 독살시도의 배후와 관련해 "EU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 연방의 책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영국 정부의 평가를 극도로 중대하게 간주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앞서 사건에 대한 EU의 입장과 동일한 것으로 어조를 한층 강화하려는 영국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EU 외교관들은 특히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최소한 아직은 어떠한 결정적 증거(스모킹건)도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러시아 책임에 대한) 어조를 강화하는 데 반대했다고 전했다.
EU가 러시아 책임에 대한 단일 강경입장을 마련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등 국제적 압박을 가하려던 테리사 메이 총리의 영국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영국 정부의 한 관리는 정상회의 성명 어조가 앞서 프랑스나 독일, 미국 등이 발표한 것만큼 강력하지 못함을 인정하면서 27개 다른 회원국들의 집단적 입장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사건에 사용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러시아에서 개발된 화학물질임을 들어 러시아 소행으로 단언했으나 러시아 측은 영국측 주장을 극력 부인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은 의회에서 사건 책임의 최상부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영국은 21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에 마크 시드윌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해 EU 고위관리들과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러시아 책임'을 설득했다.
EU는 푸틴 대통령의 연임에 대한 축하 여부를 둘러싸고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이견을 빚는 등 러시아에 대한 회원국 간 입장이 상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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