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대통령이 임명하되 자율성 강화…'국가 원수' 지위 삭제
특별사면권 행사 제한·감사원 독립기관화·헌재소장 호선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의 방점은 '대통령 권한 내려놓기'에 찍혀있다.
국회와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통제·감사원의 독립기구화·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삭제 등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축소했다.
먼저,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연임(連任)제'를 채택했다.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대통령과 총리가 정당을 달리 할 경우 이중권력 상태가 계속돼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강력하게 반론을 폈다.
조국 민정수석은 국회에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4년 연임제 채택은 국민헌법자문위 여론조사 결과 현행 5년 단임제보다 4년 연임제를 원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만큼 국민의 뜻과 의사를 존중함과 동시에, 책임정치 구현과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로 개헌안 부칙에 명시해 4년 연임제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리는 기존대로 대통령이 국회동의를 얻어 임명하되, 총리의 역할을 규정한 헌법 제86조 2항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구절 가운데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총리의 책임성·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 명령 없이도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이 총리에게 주어져 '책임총리' 구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의 권한 강화를 위해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할 때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정부제출 예산안을 국회가 심의한 뒤 '예산법률'로 확정토록 해 예산심의권을 강화했다.
또,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을 법률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해 조약체결에 대한 국회 동의권 역시 강화했다.
이밖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았다.
헌법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특별사면을 하려면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화하고, 감사위원 9명을 감사원장 제청이 아니라 국회·대통령·대법관회의에서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토록 바꿨다.
감사원과 감사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헌재소장을 대통령이 국회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관 중에 호선을 하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이다.
이밖에 대통령 개헌안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고,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비례성 원칙을 명시했다. 이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야당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야권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대통령 개헌안은 또한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토록 했다.
사법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한편 법관의 임기규정을 없애고 징계유형에 해임을 추가했다.
'법관 자격'이 없어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게 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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