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거리 둔 필리핀, 중국에 밀착…"유전 공동탐사"

입력 2018-03-22 15:26  

미국과 거리 둔 필리핀, 중국에 밀착…"유전 공동탐사"
두테르테 "미국전쟁에 파병 안해"…필리핀 외교장관 "황금기"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전통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 등거리 외교를 통해 실리를 챙기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에 더 바짝 밀착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1일 필리핀 경찰대 졸업식 연설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파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신화통신 등 외신이 22일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어떤 다른 나라에서 어떤 전쟁을 하든 우리는 빼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필리핀이 지원한 것은 2003년 이라크전이 마지막이다.
그는 "이런 모든 희생에서 필리핀은 참혹함과 고통 외에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400년간 스페인의 노예가 됐고, 이어 50년간 미국의 노예가 됐다"면서 "그것으로 충분하니 더는 요구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필리핀은 그동안 영유권 분쟁을 벌이던 남중국해에서 석유·가스 공동탐사에 대한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베이징에서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양국은 해저 석유와 가스 탐사에 협력하는 쪽으로 신중하고 지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또 "남중국해 분쟁은 더는 양국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에너지 요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카예타노 장관도 "양국은 공동탐사를 위한 공통의 법적인 틀을 찾을 것"이라며 "우리 관계는 많은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는 '황금기'"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공동탐사는 남중국해 공동소유와 유사한 것"이라며 영유권을 둘러싼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대신 천연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중국과 필리핀은 공동탐사 후보지로 꼽히는 남중국해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의 영유권을 놓고 한때 치열하게 대립했다. 2011년 3월 중국이 함정을 동원해 필리핀의 자원탐사 선박을 쫓아내고 필리핀은 이에 맞서 공군기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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