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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윤리위가 성추행 혐의 국제위원장에 무혐의 처분 내린 데 반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의 언론인 성추행 스캔들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하원 윤리위원회가 의회 출입 여기자들을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50)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앞서 문제를 제기했던 진보 성향 언론 매체들과 동조 매체들이 일제히 취재 거부를 선언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 윤리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슬루츠키 의원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심의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회의 뒤 슬루츠키 위원장이 의원 행동 규정을 위반한 바 없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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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루츠키는 앞서 이달 초 BBC 방송 러시아 지국 소속 기자, 미국에 본사를 둔 러시아어 국제 TV 채널 'RTVI' 모스크바 지국 부국장, 야권 성향 TV 채널 '도즈디'(비) 프로듀서 등의 여성 언론인들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로 하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었다.
특히 BBC 방송 러시아 지국은 지난 6일 지국 소속 여기자 파리다 루스타모바가 지난해 3월 슬루츠키 위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 내용을 상세히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루스타모바는 당시 프랑스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논평을 듣기 위해 슬루츠키의 하원 내 사무실을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피해를 봤다.
루스타모바가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네가 (나와) 키스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한테 삐쳤다"고 하는가 하면 여기자가 '남자친구가 있으며 그와 결혼하려 한다'고 답하자 "괜찮다. 그의 아내가 되고 나의 애인이 되면 되지 않느냐"고 노골적으로 추근댔다.
슬루츠키는 또 손바닥으로 여기자의 이마를 쓰다듬고 "남자친구를 차버리고 나를 찾아오라. 빠를수록 좋다. 정말 너를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유혹했다.
슬루츠키의 비행은 루스타모바가 켜놓은 녹음기에 그대로 녹음돼 공개됐다.
이같은 비행이 폭로됐음에도 하원 윤리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관련 언론사와 진보 언론 매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개혁 성향의 미디어 그룹 RBC는 이날부터 그룹 산하 방송, 신문, 잡지 등 모든 매체 기자들의 하원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룹은 성명을 통해 "슬루츠키의 기자 성추행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하원 윤리위원회의 결론에 대한 불인정 표시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진보 성향 신문 코메르산트도 슬루츠키 의원과 윤리위원회에 대한 취재 협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자사 언론인이 피해를 당한 도즈디 방송도 하원 취재 중단을 선언했다.
방송사 보도본부장은 "하원과 윤리위원회의 입장에 분노를 느낀다"며 "위원회 결정은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를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본부장은 윤리위원회의 결정 재고와 철저한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고 "함께 힘을 합쳐야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서 다른 언론의 취재 거부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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