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니콜라 사르코지(63) 프랑스 전 대통령이 "카다피 일족과 그 측근들의 말만 믿고 혐의가 씌워졌다"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사르코지는 22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제공한 성명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카다피와 그의 갱단에 의한 조작이다. 2011년 관련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부터 나는 생지옥을 맛보고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 대선 승리 직전인 지난 2006년 말과 2007년 초 사이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 측으로부터 500만 유로(66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는 2013년 보도에서 카다피가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 사르코지 측에 5천만 유로(660억원 상당)을 건네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카다피의 오른팔이었던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겼다.
따라서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사르코지가 리비아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최대 5천만 유로로 늘어날 수 있다.
사르코지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카다피와 그의 아들, 조카, 사촌, 대변인, 전 총리 등의 증언에 의해서만 내 혐의가 만들어졌다. 내가 유엔 결의를 바탕으로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승인했는데 어떻게 리비아 정권에 편의를 봐줬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무아마르 카다피는 2011년 장기집권과 철권통지에 반발해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나 은신 중 사살됐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리비아의 반정부 시민군 지원차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사르코지는 문제의 500만 유로 전달책으로 지목된 '지아드 타키딘'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최측근인 클로드 게앙 당시 내무장관에게 건넸다고 자백한 것에 대해선 "그 기간에 만난 사실이 없으며 그는 매우 의심스러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타키딘은 그러나 21일 밤(현지시간) 수사판사들이 사르코지 사건에 대한 예심 개시를 결정한 직후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증언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사르코지는 20∼21일 파리 근교의 부패범죄수사대(OCLCIFF) 본부에서 이틀간 경찰의 강도 높은 심문을 받은 뒤 귀가했다. 경찰은 사르코지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언과 증거물을 카다피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다량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는 이번 리비아 불법 대선자금 외에도 2012년 불법 정치자금 사건인 '비그말리옹 스캔들' 등 2∼3건의 부패 사건에 휘말려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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