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러 위협에 단일대오로 대응해야"…일부 정상 "조사 필요"
美 관세부과 대상서 EU 제외 가능성 환영…"23일 입장 발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2일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EU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기도사건과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 대응책, 페이스북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파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에 구 소련 시대에 개발된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점을 거론, 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러시아가 서방 민주주의에 점증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며 EU 회원국들에게 통일된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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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러시아가 무모한 공격을 자행했다"면서 "러시아의 위협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이 자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직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은 유럽과 서(西) 발칸에서 중동에 이르는 유럽의 이웃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패턴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저녁 EU 정상회의 만찬 회동에서 EU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러시아를 강력 비판하는 성명을 채택할 것과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다른 행태의 도발에 대한 유럽의 안보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신경작용제에 대한 영국의 조사를 비난하자 일부 정상들은 조사를 계속 진행하되 각별히 유의할 것을 주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메이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영국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영국과 영국 국민에 연대를 표명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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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도 "결심하기 전에 메이 총리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기를 바란다"면서 "우선 들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U 정상들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 19일 EU 외교이사회에서 영국에 연대를 표시하고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과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EU의 투톱인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재선에 성공해 4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 축하를 놓고 엇박자를 드러냈다.
투스크 의장은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을 의식해 푸틴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서한을 보내지 않았지만, 융커 위원장은 축하 서한과 함께 푸틴 대통령에게 안보협력을 당부했다.
이어 EU 정상들은 미국 정부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와 관련, 미국이 EU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대해 대체로 환영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날 저녁 정상들의 만찬 회동에서 논의한 뒤 23일 발표하기로 했다.
EU 정상들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보호무역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투스크 의장은 2016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있었던 트럼프 후보 지원 회사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에 대해 "시민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U와 회원국의 입법은 존중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23일에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과 관련,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래관계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또 EU 내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정상들은 별도로 정상회의를 열고 유로존 개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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