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SC 보좌관에 볼턴 등판, 中·北 겨냥 더 강경 대응 '신호탄'(종합)

입력 2018-03-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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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NSC 보좌관에 볼턴 등판, 中·北 겨냥 더 강경 대응 '신호탄'(종합)
북미정상회담 부정 여파 우려…미중 외교·무역분쟁 파고 높아질 듯
볼턴-폼페이오-헤일리 주축…"역사상 최고 강경 외교안보팀 창출"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안보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중국과 북한에 초강경파(super hawk)로 불려온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2일(현지시간) 새롭게 내정되면서 차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허버트 맥매스터의 퇴장과 함께 볼턴 전 대사의 등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명실상부한 제2기 외교·안보팀이 출범했다.
볼턴 전 대사의 등판으로, 갈등과 대립 일변도의 미중관계와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 행정부가 더 날카롭고 강경한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드'가 맞는다고 평가돼온 볼턴 전 대사를 영입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 국면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불화를 빚었던 렉스 틸러슨 대신 핵심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에서 본격적인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사개편을 두고 "근래 미 역사에서 가장 강경한 외교안보팀 중 하나가 창출됐다"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의 임명은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위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접근법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백악관의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볼턴 전 대사는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을 포함한 대외 정책을 조언할 만큼 '브레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조각 당시엔 강력한 국무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초강경 성향 때문에 청문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부정적으로 작용했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대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그의 임명을 망설여왔다고 NYT에 전했다.
실제로 그가 유엔대사로 임명됐던 2005년에도 의회 인준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발로 볼턴 전 대사에 대한 상원 인준이 어려워지자 휴회 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유엔대사와 달리 NSC 보좌관은 의회 인준 절차가 필요 없는 자리여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 장관은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의 최전선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투톱'의 자리다.
이 두 자리에 '대통령의 복심'으로 부를만한 인사가 기용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북미 협상을 끌고 갈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번 폼페이오 국장이 국무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에도 같은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못 얻는 협상 대표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확실히 대변하고 전달할 수 있는 협상가가 현실적으로 더 나을 것이란 평가였다.
볼턴 내정자는 폼페이오 지명자는 물론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짝을 이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 전략인 '최대의 압박작전(maximum pressure campaign)'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볼턴 내정자를 중심으로 한 2기 안보팀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외교적인 북핵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핵 포기를 계속 압박해가는 '투 트랙' 전략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또 북한이 회담 추진 과정, 또는 회담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concrete action)'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이미 이전부터도 북한과의 과거 협상 역사에서 비롯된 불신을 드러내면서 "말이 아닌 구체적 행동이 비핵화의 핵심", "과거 실수의 반복은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이번만큼은 협상에서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강경파 일색의 미국 외교·안보 라인이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볼턴이 오래전부터 북한과의 협상이나 북한 정권을 신뢰하는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을 거론해왔다는 점 때문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과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실로 오랜만에 조성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무드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대사를 NSC 보좌관에 임명한 것은 북한 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인선이라는 분석도 있다.
볼턴 전 대사는 중국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주창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중국과의 무역적자 해소와 남중국해 갈등 등 산적한 미중관계 현안을 처리할 적임자로서 기용한 것이라는 얘기다.
당장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황에서 중국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더 강경한 대중국 기조 유지 차원에서 볼턴 전 대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도 볼턴 전 대사의 NSC 보좌관 임명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그를 중국에 '초강경 매파'로 소개하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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