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예비조사 착수에 반발해 ICC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필리핀 경찰이 하루 사이에 마약 용의자 13명을 사살했다.
필리핀의 ICC 탈퇴 결정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재판 없이 진행된 '초법적 처형' 의혹과 관련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쪽에 있는 불라칸 주에서 경찰이 마약 용의자 13명을 총격전 끝에 사살했다.
현지 경찰은 또 마약 투약·거래 혐의를 받는 92명을 포함해 109명의 범죄 피의자 109명을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행히도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도 "총격을 가한 경찰관들은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의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고, 두테르테는 이에 반발해 지난 14일 ICC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7일 정식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두테르테 대통령과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부 장관,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 등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연관된 고위 공직자 11명을 ICC에 고발했다.
두테르테가 남부 다바오 시장 재직 때부터 암살단을 운영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마약 용의자 유혈 소탕으로 4천여 명이 초법적인 처형을 당했다는 것이 고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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