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강경파 일색 미 외교·안보 진용, 새롭게 각오 다져야

입력 2018-03-23 18:16  

[연합시론] 강경파 일색 미 외교·안보 진용, 새롭게 각오 다져야

(서울=연합뉴스)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백악관 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지명됐다. 내달 9일부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세 번째 국가안보 보좌관을 맡는 볼턴 전 대사는 특히 대북정책에서 매파 중의 매파로 꼽힌다. 북한 핵무기를 겨냥한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북한 정권교체 해법을 지지하는 등 초강경책을 내세워 왔다. 대화파인 렉스 틸러슨이 물러난 국무장관 자리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명된 데 이어, '슈퍼 매파'라는 볼턴 전 대사까지 전면에 나섬으로써 미국 외교·안보 진용은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와 함께 강경파로 채워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다룰 5월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자신과 뜻이 맞는 강경파로만 외교·안보 진용을 짠 듯하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대사는 미국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산하기 위해 힘을 사용해야 한다는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다. 조지 W.부시 행정부 때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으로 있으면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장서서 주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침공의 근거가 된 대량파괴무기나 테러 관련 정보들은 나중에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해 북핵협상 대표단에 포함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같은 독재자' 등으로 지칭했다가 북한의 반발로 제외되기도 했다. 그가 2005년 8월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유엔대사를 맡아 임시직처럼 수행하다 물러난 것도 공화당 소속 의원까지 동의하지 못하는 강경한 정책 때문이었다. 볼턴 전 대사는 최근에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군사행동이 가해질 것이라면, 반드시 북한이 미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추기 전에 돼야 한다" 등 여전히 강경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한다면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아마 회담장을 떠날 것", "북한이 결승선을 몇 m 남겨놓고 왜 멈추겠느냐"고 한 것도 그의 발언이다.

볼턴 전 대사는 이날 국가안보 보좌관에 지명된 뒤 폭스뉴스에 출연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할은 '정직한 중개인(honest broker)'으로서 "대통령에게 폭넓은 옵션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간 밝혀온 정책을 현실에 적용하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참모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볼턴 지명자가 워낙 자기확신이 강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정책을 펴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외신을 통해 들린다. 어떤 경우든 그가 북미정상회담 준비 실무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한미 간 입장 조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온 맥매스터 보좌관이 퇴장한 것이 정부에 부담될 수는 있다. 북한에 강한 불신을 보여 온 볼턴 내정자와 새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우리 입장을 관철해 나가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볼턴 전 대사의 가세로 더 강경해진 미국 외교·안보 진용이 한미 간 공조와 북미회담을 더 어렵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에 이어 볼턴 전 대사까지 불러들여 외교·안보 진용을 다시 짠 것은 북미회담에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고, 이전처럼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며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이 등장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볼턴 내정자 지명과 관련해 "새 길이 열리면 그 길로 가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의 강경파 외교·안보 진용과 북한 사이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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