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 작가 부지현, 아라리오뮤지엄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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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깜깜하고 적막한 공간이다. 몇 초쯤 지났을까. 멀리서 내뿜는 붉은빛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온다.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는 붉은빛과 함께 물고기를 모을 때 사용하는 집어등도 보인다. 집어등 주변으로는 물결 같기도 하고, 연기 같기도 한 미지의 물질이 화염처럼 일렁거린다. 자세히 관찰하니 연기인데, 그 모습이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서울 종로구 창덕궁 옆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23일 개막한 부지현(39)의 개인전 '궁극공간'에는 단 하나의 설치작품이 나왔다. 작가가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마련한 특별한 공간이다.
전시장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옛 공간 사옥의 지하 1층으로, 1977년부터 15년간 '공간사랑'이라는 소극장으로 활용됐다. 김수근은 물질적 공간을 생존을 위한 제1공간, 경제활동을 위한 제2공간, 창작과 명상을 위한 제3공간으로 구분했는데, 소극장은 제3공간에 해당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2007년부터 집어등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곳을 자신만의 '궁극공간'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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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시점'과 '시간'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시점과 눈높이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며 "이곳에 있으면 잠시나마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있을 때와 의자에 앉았을 때, 쿠션에 누웠을 때 빛과 연기가 빚어내는 광경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관람객이 집어등 가까이 접근하면 연기가 흩어져 또 다른 풍경이 만들어졌다. 작가는 온도 변화와 관람객 숫자도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저 불빛을 붉은색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시장 내부가 붉은색 벽돌로 마감돼 있어서 잘 어울릴 것 같았다"며 "공간에 맞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02-736-5700.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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