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증시가 폭락한 지난 23일 코스피의 하루 낙폭이 역대 15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검은 금요일'이 전개된 23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79.26포인트나 내린 2,416.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낙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포인트 떨어진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특히 거래소가 1987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하루 낙폭 순위로 역대 15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작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충격이 덮친 2016년 6월 24일의 61.47포인트(역대 36위)보다는 훨씬 큰 낙폭이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16일에는 하루에 126.5포인트가 떨어져 역대 최대 낙폭 기록을 세웠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증시에 미친 충격이 그만큼 만만치 않은 셈이다.
시장 공포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라는 지시를 담은 행정명령에 22일(현지시간) 서명하면서 확산됐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30억 달러(약 3조2천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23일 내면서 한층 더 악화했다.
불안감이 퍼지면서 국내 증권가 일각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 시절의 일까지 회자되고 있다.
대공황은 패권 경쟁이 심해진 미국과 유럽 간 상호 보복관세가 하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플라자합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파고 뒤 해결책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거론된다.
물론 극단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에 대해 증권가는 대체로 작게 보는 분위기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전쟁으로 전개되면 미·중 상호 간에 경제적 피해가 막대해 실리가 없다는 점에서 1930년대의 무역전쟁 케이스로 갈 확률은 낮다"며 "다만 극단적인 정치적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국 정부의 외교적 수사들 속에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 낙폭이 역대 15위에 달할 정도로 커진 이유도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감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 초순에 코스피가 2,350 수준까지 떨어지고서 빠르게 회복된 데 따른 조정 필요성이 잠재된 상황에서 무역전쟁 우려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기본적으로 시장 에너지가 약해진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하루 하락률로 비교해보면 3.18% 떨어진 23일의 코스피 충격은 역대 231위 수준으로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미국 9·11 테러의 충격파가 강타한 2001년 9월 12일에는 코스피가 하루에 12.02%나 떨어졌다.
[표] 코스피 역대 하루 낙폭 상위 1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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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낙폭(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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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6 │-126.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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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12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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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115.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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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110.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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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1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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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 -9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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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4-17 │ -9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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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 -9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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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6 │ -8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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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3 │ -84.88 │
├────────────┼───────────┤
│2011-09-05 │ -81.92 │
├────────────┼───────────┤
│2007-07-27 │ -8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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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0 │ -80.19 │
├────────────┼───────────┤
│2008-10-08 │ -7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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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 -7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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