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공업사 가려고" 이유 가지가지…무면허 운전 적발도
"수사 인력 늘리고 '사고후 미조치' 적용·처벌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3시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도로에서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가로수가 도로에 쓰러지면서 이 일대 통행이 약 1시간가량 통제됐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승용차 운전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사흘 뒤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음주 운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운전자 A(31)씨는 "사고를 수습하려고 공업사에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청주시 구룡터널 인근 도로에서 K5 렌터카가 앞서가던 5인승 버스와 승합차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K5 승용차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 지점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사고 승용차 운전자 B(20)씨를 붙잡았다.
B씨는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로 운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고가 났으면 보험사나 119를 부르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현장을 떠나는 것은 무면허나 음주 운전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충북 음성에서는 도로가 3m 아래 도랑에 처박힌 승용차에 불이 났지만, 운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은 차주의 주소를 찾아 가족 등을 상대로 탐문했지만, 이틀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흘 뒤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은 차주 C(61)씨는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으며 친구 집에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C씨는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아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운전자에게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고로 인해 교통상 위험이나 장애를 초래해야 한다.
사고가 나 차가 불에 완전히 탔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하려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도로에 차량이 방치돼 2차 사고의 위험이 큰데도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받는 경우 벌금 200만∼50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고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방송인 이창명(48)씨에게도 벌금 500만원이 확정된 바 있다. 음주 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후 미조치 운전자에게 음주 운전이나 무면허 운전보다 강한 처벌을 한다면 도망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엄격한 법 적용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면서 "신속한 검거를 위해서 수사 인력을 늘리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등 수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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