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9개국에 4천억원 이상 뿌려…"올해 각국 대선에도 영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페루 대통령이 의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임을 발표한 것과 관련, 브라질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가 중남미 각국에 뿌린 뇌물 규모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오데브레시는 지난 2001년부터 중남미 9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3억8천620만 달러(약 4천167억 원)를 뇌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페루에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알란 가르시아, 오얀타 우말라, 알레한드로 톨레도, 쿠친스키 등 4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2천900만 달러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에 도피 중인 톨레도 전 대통령은 오데브레시의 공사 계약 체결을 도와주는 대가로 2천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국가별 오데브레시의 뇌물 규모는 베네수엘라(2006∼2015년) 9천800만 달러, 도미니카공화국(2001∼2014년) 9천200만 달러, 파나마(2010∼2014년) 5천900만 달러, 아르헨티나(2007∼2014년) 3천500만 달러, 에콰도르(2007∼2016년) 3천350만 달러, 과테말라(2013∼2015년) 1천800만 달러, 콜롬비아(2014년) 1천120만 달러, 멕시코(2010∼2014년) 1천50만 달러 등이다.
오데브레시는 중남미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함께 브라질 정·재계를 뒤흔든 부패 스캔들의 핵심 기업이다.
브라질 사법당국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수사를 벌이고 있다.
'라바 자투'는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수주의 대가로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이 수사를 통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 상파울루 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중남미 회의 '라틴아메리카 파노라마'에 패널로 참석한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부패 스캔들 파문이 올해 중남미 각국의 대선 결과를 가름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데브레시 부패 스캔들이 중남미 각국의 법과 제도를 위기에 빠뜨리고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하면서도, 부패 때문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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