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교육도 부족…300인 미만 기업 교육훈련 실시율 47.5%
"임금 외에 근무 환경도 중요…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중소 사업체 이직률 증가에는 대기업과 연봉 격차 외에 중소기업 근로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 중소기업을 떠나는 이유로 우선 꼽힌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최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는 등 법적인 규제는 있으나 예외 업종 인정 또는 법을 무시한 야근·초과 근무 등으로 중소기업 재직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월평균 근로시간은 종사자 수 5∼299인 사업체가 168.6시간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164.4시간)보다 4.2시간 길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5∼299인 규모 사업체는 월평균 전체 근로시간이 183.7시간으로 전체 산업 평균보다 길다.
이들 수치는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이므로 실제 근무시간이 이보다 훨씬 긴 종사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 조사 단위가 기업이 아니라 사업장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나누는 중소기업기본법의 기준이 업종별 자산 및 매출액이므로 300인 미만 사업장이 모두 중소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 관행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반복 작업을 하는 영세 사업장이라 현실적으로 교육·훈련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비용 문제 때문에 직원의 재교육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기업직업훈련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종사자 수 300인 이상 기업은 재직 근로자 대상 교육훈련 실시 비율이 92.1%였는데 300인 미만 기업의 47.5%에 그치는 등 규모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고용불안도 중소기업을 떠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중소기업의 사업 안정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규직 일자리 선호 역시 중소기업 기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2018년 8월 기준으로 종사자 5∼299인 사업체에서 일하는 이들 중 비정규직 비율은 32.0%로 300인 이상 사업체(13.5%)보다 현저히 높았다.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학생을 상대로 인식 조사를 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문제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비전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다"며 임금 외적인 근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연간 1천만 원 안팎의 소득 보전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관해 "그런 방법은 중장기적인 것은 아니고 당장을 위한 단기적 처방"이라며 "근무 환경, 기업문화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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