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피렌체 사로잡은 조수미 "기회되면 북한서도 노래하고 싶어"

입력 2018-03-25 05:00  

伊피렌체 사로잡은 조수미 "기회되면 북한서도 노래하고 싶어"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시즌 마지막 공연서 감동 무대…"잊지 못할 공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화·안정"…앙코르로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피렌체=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제가 유네스코 평화 대사잖아요. 기회가 주어지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에서도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2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레 피오리 성당 옆에 자리한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흰색, 분홍색, 초록색 대리석이 조화를 이룬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의 극치인 피렌체 대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 대성당 앞에 자리한 산조반니 세례당의 '천국의 문' 원본 등 가치를 헤아리기 어려운 귀중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이 콘서트장으로 변신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어 연주자의 호흡과 눈빛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2017-2018 박물관에서의 음악회' 시즌 마지막 공연의 주인공으로 나선 이는 소프라노 조수미(55)였다.
조수미는 이탈리아가 사랑하는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의 서거 150주년 기념 음악회로 꾸며진 이번 무대에서 러시아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유리 레비치,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시모네 디 크레센초와 어우러져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공연을 선사했다.
조수미는 이날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아리아, 그가 파리 체류 도중 작곡한 '만년의 과오' 중의 성악곡 등 로시니 작품 8곡을 불렀다.
까다로운 기교가 요구되는 로시니의 작품들을 특유의 정갈한 음색으로 원숙하게 풀어낸 조수미에게 박물관을 채운 약 250명의 관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조수미는 준비한 공연을 마친 후 "객석과 이렇게 가까이서 노래부른 것은 난생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천국의 문'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비치, 디 크레센초와 다 함께 무대에 등장,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을 앙코르 곡으로 들려주는 것으로 객석의 뜨거운 환호에 화답했다.
좀처럼 박수가 잦아들지 않자 조수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와 '안정"이라며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들려줬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조각상을 배경으로 조수미가 부른 '아베마리아'는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한 남북 대화, 북미 대화를 앞두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로 비춰지며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조수미는 공연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정치적으로 비춰질까봐 앙코르 곡 소개 때 한반도 상황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아베마리아'를 남북 화해와 평화 정착을 소망하며 불렀다"고 시인했다.
그는 남북한 예술단이 서로 오가는 최근의 상황이 너무 반갑다며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북한에 가서 노래하고 싶다"고 개인적인 희망도 내비쳤다.
다음은 조수미와 나눈 일문일답.
-- 앙코르 곡을 소개하는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전개되는 한반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가.
▲ 그렇다. 너무 정치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으로서 한반도의 상황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산 지 30년이 넘었지만, 한국과는 탯줄로 연결이 돼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남북한 예술단이 서로 오가며 공연하는 게 너무 반갑다. 기회가 주어지면 저도 북한에 가서 평화를 위해 노래하고 싶다. 제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평화예술인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제 의무이자 소명이다.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예술인들 가운데 사회공헌 및 평화증진 활동에 앞장서온 인물을 국가별로 선정, '평화예술인'으로 임명하고 있다. 조수미는 2003년 평화예술인으로 임명됐다)
-- 작은 음악회라 그런지 객석의 반응이 더 특별했던 것 같다.
▲ 주로 2천석 넘는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작은 무대에 서니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객석과 너무 가까워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더라. 하지만, '천국의 문'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특별한 경험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로시니 서거 150주년 공연이라는 의미도 각별했고, 관객들도 너무나 무대에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밤이다.



-- 로시니 전문가라 오늘 무대가 더 특별했을 것 같다. 평소에 들어보기 힘든 곡도 있었는데.
▲ 로시니 곡은 난해하기로 유명해 전문가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처음 도전하는 곡도 2곡이나 들어있어서 연습에 좀 더 공을 들였다.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레비치와 함께 하는 무대도 좋았다. 최근 그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주하는 걸 보고, 재능에 반해서 이번 무대에 함께 서자고 권유했다.
-- 공연이 밤 11시에 끝났는데도, 일일히 관객들의 사인 요청에 응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곤하지는 않나.
▲ 체력 하나는 타고 난 것 같다. 최근 열흘 간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무대를 거쳐, 러시아, 멕시코, 영국 공연을 끝내고 돌아왔다. 세 개 대륙을 오간 셈이다. 그렇지만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피곤한 줄은 전혀 모르겠다. 평창패럴림픽 개막 공연을 비롯해 중요한 무대가 잘 끝나서 만족스럽다.
-- 평창패럴림픽 개막 공연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 패럴림픽이 아무래도 올림픽보다는 주목을 덜 받게 마련이라,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패럴림픽 무대에 꼭 서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5년 전에 크게 다쳐 3개월 간 휠체어 신세를 진 적이 있어 장애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 어느덧 성악가로서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 무대에 설 때 힘든 부분은 없나.
▲ 전혀 힘들지 않다. 요즘 목소리 상태도 너무 좋다.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은.
▲ 내년 스케줄까지 이미 빼곡히 채워져 있어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주어진 무대에 열심히 서려 한다. 작년부터 마스터클래스를 시작했는데, 후학을 가르치는 것에도 보람과 흥미를 느낀다. 주변에서 나를 보고 '타고난 선생님'이라고 하더라.(웃음) 올 여름에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2주 동안 마스터클래스로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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