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피렌체영화제 참석 하정우, 김기덕 감독 질문에 "노 코멘트"

입력 2018-03-25 06:00  

伊피렌체영화제 참석 하정우, 김기덕 감독 질문에 "노 코멘트"
"유럽진출에 관심…피렌체서 '고모라' 같은 영화 찍고 싶어"

(피렌체=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기회가 되면 유럽 영화계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피렌체처럼 아름다운 도시에서 잔혹한 마피아 영화 '고모라' 같은 종류의 영화를 찍으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제16회 피렌체한국영화제' 참석 차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 중인 배우 하정우(40)에게 현지 언론과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정우는 지난 23일 이탈리아 가죽제품 회사인 '일 비손테' 본사에서 열린 현지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24일에는 피렌체 라 콤파냐 극장에서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에 참석, 현지 팬 약 150명과 소통했다.
이탈리아 기자들과 영화 팬들은 배우 김용건을 아버지를 둔 하정우가 어떻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부터 시작해 감독을 병행하는 까닭, 그림에 대한 열정, 유럽 영화계 등 세계 시장 진출 계획,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이유 등 크고 작은 부분에 대해 궁금함을 드러냈고, 하정우는 이에 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진솔한 대답을 내놨다.



하정우가 이탈리아에서 잘 알려진 김기덕, 박찬욱 등 거장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서인지 이들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하정우는 김기덕 감독의 2006년작 '시간', 2016년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주연 배우로 참여한 바 있다.
하정우는 특히 한 평론가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극단적인 폭력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지적하며, 그와의 작업이 어땠는지를 묻자 "김기덕 감독이 현재 한국에서 논란에 처해 있고,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어 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2013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현재 영화계 '미투'와 관련, 성폭력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도 김 감독의 이런 소식이 이달 초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정우는 또한 유럽에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3)을 유럽에서 찍은 적은 있지만 아직 유럽 영화계와 작업을 해본 적은 없다"며 해외 영화계와의 협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기회가 되면 유럽에 진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탈리아 반(反)마피아 작가인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마피아 영화 '고모라'를 재미있게 봤다며 "피렌체 같은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고모라'처럼 잔혹한 영화를 찍으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렌체에서 열린 하정우 기자회견, 마스터클래스에서 나온 질문과 그의 답변을 문답 식으로 재구성했다.
-- 아버지가 유명한 배우다. 이 사실이 연기에 도움이 됐는가.
▲ 어린 시절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 주변 사람들도 거의 전부 유명한 배우였다. 유명세를 안고 사는 걸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몸으로 받아들여서 그런지 배우로서의 생활이 특별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부분이다. 또, "배우로서 좀 더 좋은 시작을 위해서는 자생력을 키워 데뷔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아버지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예명을 지어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 배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20대 대부분을 연극 무대에서 보냈다. 영화도 많이 봤다. 영화를 수 십 번씩 반복적으로 보면서 좋아하는 배우의 표현법을 따라하기도 하고, 그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과 사건,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본다. 어쩌면 배우는 감독을 만나서 깊은 소통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게 무엇이고, 관객에게 어떤 걸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파악해 감독과 관객 사이에 메신저가 되는 일이다. 또, 시나리오 캐릭터를 얼마만큼 이해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영화 속 인물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이해도 중요하다.
-- 그동안 30여편의 영화를 찍었다. 길지 않은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나.
▲ 2005년에 본격적으로 장편 상업영화를 시작했는데, 어쩌면 그동안 영화 찍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영화가 재미있었고, 영화에 대한 마음이 워낙 커서 가능했던 것 같다.
--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데.
▲ 감독 데뷔작인 '롤러코스터'는 상업적인 부분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찍었는데, 이후에 터무니 없는 욕심이 생겼다. 연출로서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찍은 영화가 '허삼관'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많은 관객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내게 안어울리는 작품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찍었느냐, 머리로 찍었느냐인 것 같다. 현재 3번째 감독작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나처럼 생긴,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늘 카메라 앞에서 영화를 바라보다가 연출을 하게 된 뒤로는 카메라 뒤에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이런 점에서 감독 데뷔는 배우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터닝 포인트'였다.
--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다. 이번이 이탈리아 첫 방문인데, 이곳 박물관에서 그림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나.
▲ 바티칸 박물관부터 시작해서 우피치 미술관까지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눈으로 직접 보는 호사를 누렸다. 마음 속에 많이 담아가겠다. 이번에 피렌체에서 보낸 시간은 제 연기와 연출, 앞으로 그릴 그림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열 정도로 화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림과 영화가 서로 도움이 되는가.
▲ 영화는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인 반면, 그림은 영화로는 다 풀어놓지 못하는 열정을 표출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와 그림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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