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은행권이 26일부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비롯한 새로운 대출규제에 나선다. DSR은 대출심사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외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총상환액을 연간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소득으로 갚아나갈 수 있는 만큼의 대출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개인사업자와 부동산임대업자에게도 비슷한 취지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DSR을 향후 6개월 동안 대출심사의 보조지표로 활용하다가 올해 10월부턴 대출을 제한하는 고(高) DSR 비율을 확정한다고 한다. 깐깐해진 대출규제로 기업이 아닌 다른 금융수요자들이 대출받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출 정밀심사와 대출금액 제한 대상인 고 DSR 기준을 100%로 잡았다. 100%까지는 기존대로 대출해주되 이를 초과하면 고위험 여신 군으로 분류해 정밀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이다. KB 국민은행은 DSR 150% 이상이면 신용대출을, 200% 이상이면 담보대출을 아예 거절한다. KEB 하나은행도 DSR이 150% 이상이고 신용평가사(CB) 신용등급이 8등급 이하면 원칙적으로 신용대출을 거절한다. DSR 200%를 초과하고 신용등급 9등급 이하면 담보대출도 안 된다. 우리은행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면서 DSR이 150%를 넘으면 신용대출을 자동 거절한다. 4등급 아래더라도 DSR 100∼150%이면 신용대출 여부를 영업점이 아닌 본점에서 심사한다. 은행들은 소매·음식·숙박·부동산임대업 등을 관리업종으로 지정해 소득 대비 대출이 얼마인지를 따지는 LTI 심사와 별도로 대출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업종의 자영업자는 신규 대출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금융권의 돈줄 죄기는 국민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정부 대책에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천450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증가세가 둔화했다지만, 가계부채 증가는 국제적인 금리 인상 추세와 맞물려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1.50∼1.75%로 0.25% 포인트 올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했다. 미국은 올해 2∼3차례 추가 인상하고 내년과 2020년에도 최소 2차례씩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바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도록 놔두기도 어렵다. 언제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나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검토할 때 가계부채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의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대출규제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는 당연한 조치다.
다만 이번 대출규제가 긴급자금이 필요한 금융 취약계층의 돈줄까지 막아선 곤란하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이나 자영업자의 위장 신용대출 등은 엄격히 심사해 투기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처지의 서민들이 돈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게 해서는 안 된다.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의 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 담보대출이나 가계신용대출을 죄어 생기는 여유 자금을 혁신 벤처기업 등으로 돌려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저축한 돈으로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금융의 본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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