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 22일 오전 7시 20분께 경기 수원 고속버스터미널 2층에 경비원 옷을 입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언뜻 보면 이른 아침 밤샘근무를 한 경비원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푹 눌러쓴 모자 밑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50대 남성이 물품보관함 쪽으로 걸어가다 이 경비원 옷을 입은 남성을 보고 흠칫 놀라 황급히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도망갔다.
고개를 숙인 경비원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뛰어가 전국을 무대로 절도 행각을 벌인 상가털이 전문절도범 박모(56)씨를 붙잡았다.
상습야간건조물 침입 절도 등 전과 11범인 박씨는 같은 혐의로 2년 6개월형을 살고 지난해 7월 만기 출소했다.
교도소를 나온 박씨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광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일.
같은 날 새벽 2시 38분께 광주 북구 한 카페 화장실 창문을 뜯고 침입한 박씨는 드라이버 두 개로 간이금고를 열어 현금 200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경찰은 키 170∼175㎝가량이라는 실낱같은 단서로 절도범 추적에 나섰다.
5㎞가량을 걸은 뒤 택시를 타고 사라진 박씨의 흔적은 지난 21일 수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드러났다.
터미널 2층 물품보관함에 범행도구를 넣어두는 박씨의 모습을 찾아낸 경찰은 바로 잠복근무에 돌입했다.
범인이 반드시 돌아와 범행도구를 찾아가리라 예상하고 터미널 경비업체의 협조를 얻어 경비원 옷을 빌려 입었다.
경비원을 가장해 물품보관함을 주시한지 꼬박 24시간이 다 된 지난 22일, 박씨는 추가 범행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고 다시 나타났다가 검거됐다.
조사결과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전국을 돌며 영업이 끝난 상가에 침입해 5차례에 걸쳐 1천여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박씨가 수원터미널을 거점으로 전국을 돌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추가 수사를 펼쳐 여죄를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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