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디지털 환골탈태'에 빈민층만 죽어난다

입력 2018-03-26 16:13  

인도 '디지털 환골탈태'에 빈민층만 죽어난다
WP, 모디총리 과욕에 따른 서민불편 소개
"현금부족 사태에다 생태인증 오류로 일상이 대란"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인도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 현대화' 정책이 오히려 빈곤층에게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인도 인구 10억명 이상을 디지털화시켜 국가의 현대화를 이끌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계획 발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이 계획이 빈민층을 포함한 일반 서민에는 되레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WP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시중에 유통 중인 현금 가운데 약 86%의 사용을 중지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곧바로 빈곤층과 학생, 월급쟁이 등에게 광범위한 혼란과 통화 위기를 초래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시민들은 매일 몇 시간씩 은행에 줄을 서야 했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으며 서민들은 꼭 필요한 지출 외에는 소비를 줄였다.
이는 사용 중단된 구권을 대체할 신권이 제때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인도 경제가 현금부족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아드하르'로 불리는 생채 인식 신분증 발급 프로그램에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아드하르는 인도 국민에게 지문과 홍채 등 생체 정보를 담은 신분증 발급 프로젝트로, 정부가 데이터베이스화한 개인 정보와도 연관돼 있다.
데이터화된 개인 정보에는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 번호, 소득세 정보, 유권자 ID 등 각종 민감한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사생활 침해 문제는 물론 수천 명이 학교 등록뿐만 아니라 식량 배급, 연금, 연료 보조금을 받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나의 사례로 인도 학생인 나디니 싱(10)과 그의 아버지 네트라팔은 업무적 실수로 자녀의 이름이 ID에 잘못 기재되는 바람에 1시간 이동해 아드하르 관리 주무 기관인 인도고유식별청(UIDA) 델리 사무소를 찾아야 했다.
신분증에 이름이 잘못 기재돼 있다는 것은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의미라고 WP는 설명했다.


네트라팔과 그의 딸은 다른 학생 수십명과 함께 이름을 바로 잡으려고 수 시간 동안 사무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나디니는 "아드하르가 없으면 학교에 갈 수 없고 학교에 가지 못하면 의사가 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네트라팔은 지난 1월부터 자녀의 신분증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 왔지만, 지역 사무소가 학교 등록 마감일을 이틀 남겨두고 문을 닫으면서 델리 사무소에 들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센터 직원 켈라 데비는 신분증 인증 문제로 8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고 아브데시 야다브(34)는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지문 인식이 작동되지 않아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없었다.
마단랄 난다(74)는 고령으로 닳아진 자신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으면서 두 달간 연금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하던 중 울음을 터뜨렸다.
인도 대법원은 아드하르 생채인식 프로그램이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여러 소송 건을 심리 중에 있다.
모디 총리실은 이와 관련한 입장 요구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나 정부는 심리 공판에서 아드하르는 안전하며 누구도 생채 인식 프로그램 때문에 자격이 거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1월 식량 배급을 포함해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아드하르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현금자동인출기를 이용하기가 어렵고 접속 문제가 만연화돼 있으며 디지털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제한적이라고 WP는 진단했다.
인도 정부가 자국민을 감시하는 데 생채 인식 프로그램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도 델리기술연구소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리티카 케라는 "이것은 감시를 위한 믿기 힘들 정도의 도구"라며 "혜택은 거의 없고 복지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현지 언론도 이러한 정보 수집에 다양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한 아드하르 담당자가 불법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최근 인터넷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인구의 80%인 10억 명이 여전히 인터넷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모디 총리는 25만 개 촌락에 고속 인터넷 연결, 전국 주요 지점에 무선인터넷 중계기 설치, 전자병원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에 180억 달러(2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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