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공식 발의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과 수도조항 및 토지공개념 명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이다. 개헌안이 발의된 것은 1987년 6·10 항쟁 직후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제9차 개헌안 발의 후 거의 31년 만이다. 특히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아래서 대통령 간선제를 주축으로 한 5공화국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38년 만이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공고를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6·13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개헌발의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며 개헌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권리도 국민에게 있다"면서 "국회도 국민들께서 투표를 통해 새로운 헌법을 품에 안으실 수 있게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전문(前文)과 11개 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대통령 개헌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비판적이다. 특히 국회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한국당은 '사회주의적 개헌'이라고 규정하고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와 상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일방적 개헌안이 발의되는 오늘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독재 대통령이 되는 날"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처리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겁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제 개헌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헌법 조항에 따라 '발의 60일 이내'인 5월 24일까지 대통령 개헌안의 가부(可否)를 의결해야 한다.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은 개헌의 초점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상당 부분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국회가 일부 조항을 수정해 의결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 투표'를 하기 위해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의결하는 길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에 필요한 실무적 절차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 자체 개헌안은 5월 4일까지 나와야 한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3당 원내대표가 이날 회동해 27일부터 본격적인 개헌협상에 돌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행스럽다. 필요할 경우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간사들도 참여하는 '2+2+2 회담'을 하기로 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조만간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당연히 개헌협상에 참여할 것이다. 여야 3당은 권력구조, 선거제도, 권력기관 등 개헌의 3대 쟁점과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를 주요 의제로 선정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는 매일 원내대표 회담이나 '2+2+2' 채널을 가동해서라도 하루속히 개헌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바란다. 설사 여야의 이견으로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언제 개헌 국민투표를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해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정부 안과 각 당의 안을 잘 절충해서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어 내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과 대통령에게 시기에 대한 조정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회 합의안을 전제로 한 시기 조절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하면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야는 국회에 헌정특위를 가동한 지 1년 3개월간 제대로 개헌협상을 하지 못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속도를 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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