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작가 마지디 "페미니스트 아니면서 여성일 수 있나"

입력 2018-03-26 18:40   수정 2018-03-26 21:01

佛 작가 마지디 "페미니스트 아니면서 여성일 수 있나"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으로 공쿠르 신인상…프랑코포니 초청 방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나는 극단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면서 어떻게 여성일 수 있나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주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여러 문제를 마주합니다. 이런 현실에 눈 감는 것은 불가능하죠."
이란계 프랑스 작가 마리암 마지디(38)는 26일 방한해 이화여대에서 연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필연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첫 소설 '마르크스와 인형'으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 신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이 소설을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달콤한책)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출간하면서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하는 '2018년 프랑코포니' 행사 참가차 방한했다.
그는 이날 "여기 있는 사람들의 95%가 여성인 것 같은데, 만나서 반갑다. 나는 여성문제에 첨예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강연을 시작한 뒤 여성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자 한국의 최근 이슈인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페미니즘 운동과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여성이 느끼는 것을 언어로 이야기하며 해방시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 문제가 발생하고 처음으로 집단적 운동이 됐을 때 놀란 건 뭐냐면 그런 성폭력이 그저 개인이 당한 일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겁니다.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이 성폭력에 노출되고 고통당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프랑스에서는 지금 SNS 상에서 '#너의 돼지같은 상사를 날려버려'란 이름의 운동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대부분 직장 상사인 경우가 많거든요. 가정과 사회, 노동현장에서 상급의 남성이 엄청난 힘을 갖고 여성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압력을 넣고 고통을 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언어적으로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행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성 인권을 억누르는 상사들에게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강제하는 정치적 결론으로 귀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첫 소설은 그의 실제 삶을 토대로 한 자전소설이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반체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망명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성장한 뒤 성인이 된 2003년 이란을 다시 방문해 고국의 현실을 다시 몸으로 체험했다. 그는 이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느끼는 것 역시 여성 문제라고 했다.
"이란은 여성의 권리라는 것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정 정치를 하는 이슬람국가로서 '샤리아'란 법이 사회 원리로 작동되는 기가 막힌 나라예요. 세계 정치체제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종교가 정치화하면서 국민의 모든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합니다. 가장 슬픈 건 여성들이 어떤 문제에 처했을 때 법이 보호해주지 않아서 투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란 여성들은 항상 남성 조력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아버지가 데려가게 되죠."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에서도 역시 여성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했다.
"프랑스에도 3일에 한 명씩 여성이 남자친구나 남편의 폭력으로 사망합니다. 작년에는 123명이 남자친구나 남편의 구타 끝에 사망했어요. 매년 수만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하죠.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얘기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여성들의 권리를 평생 예의주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권리는 저절로 획득된 게 하나도 없고, 이미 주어진 권리도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보호하지 않으면 권리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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