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열악한 국가들 모아 유엔 결의 주도…美 비판에 신경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중국이 인권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기본 합의를 흔들려는 의도를 드러내며 공세에 나섰다.
이달 23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제37차 총회 마지막 날 회의에는 중국이 주도한 결의안이 의제로 상정됐다.
인권은 그동안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거론 자체를 꺼리는 주제였지만 이날 중국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UNHRC에 결의안을 제출했다.
'인권 분야의 호혜 협력 증진'이라는 A4 용지 2장 짜리 결의안은 인권 영역에서 각국이 상호 호혜를 위해 협력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절대 보편 가치인 인권에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호 호혜' '다양성 존중'이라는 내용이 담기자 많은 국가가 비판 의견을 냈다.
중국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는 중국을 포함해 앙골라, 부룬디, 캄보디아, 에리트레아, 미얀마, 파키스탄, 수단, 시리아, UAE,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20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은 인권문제로 악명 높은 국가들이고 베네수엘라, 시리아, 미얀마 등도 전쟁과 정정불안에 따른 인권침해, 난민 학대로 국제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 안이 상정되자 미국 대표부는 즉시 표결을 요구했다.
제이슨 맥 서기관은 "중국이 이 결의안을 통해 유엔 인권 시스템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뻔하다"라며 "상호 호혜라는 그럴듯한 표현은 똑같이 존중돼야 할 독재국가 국민의 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대표부는 국제 인권과 관련된 어휘 목록에 중국 지도자의 사상을 주입하고 찬양하려는 의도를 그동안 계속 드러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비판 발언도 했다.
그는 이어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력의 본보기는 중국이 억류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석방하거나 종교적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안건은 47개국 중 28개국이 찬성하면서 채택됐다. 한국과 일본,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17개국은 기권했고 미국은 반대했다.
호주는 "개인의 인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데다 균형감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당일에는 미국에 대응을 자제했던 중국은 26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 대표의 발언은 매우 비이성적이며 미국 쪽의 무지와 오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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