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행위, 상황 악화시키는 대결적 노선…대응 조치 취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 영국에 이어 그 동맹국들이 잇따라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일제히 추방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럽연합(EU)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여러 회원국에 의해 취해진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해당 행보를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사건(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원인과 책임자 규명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 비우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 국가들의 영국에 대한 악명 높은 유대를 보여주는 도발적 제스처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결적 노선의 지속"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사건에 대한 설명도 없이 러시아를 상대로 근거 없는 혐의를 제기하고 구체적 협력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선입견적이고 편파적이며 위선적인 태도를 취했다"면서 "영국 동맹국들도 객관적이고 완전한 자료도 없이 상식과 문명화된 국가 간 대화 규정, 국제법 원칙 등을 어기며 맹목적으로 유럽·대서양 단합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그러면서 "당연히 이 국가들의 비우호적 행보는 흔적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그것에 대응할 것"이라며 자국 주재 서방 외교관 맞추방을 경고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국가 반역죄로 자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나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 율리야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중태다.
영국 당국은 스크리팔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 점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 배후로 지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의 추방을 결정하는 등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스크리팔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주재 영국 외교관 23명을 맞추방하면서 사건은 러-영 양국 간 외교전으로 번졌고, 여기에 다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가세하며 러-서방 대결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이날 미국이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에 대해 무더기 추방 명령을 내린 데 이어 프랑스(4명), 이탈리아(2명) 등도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치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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