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당 자민당이 당대회(전당대회)에서 나눠준 기념품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27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지난 25일 열린 당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자석형 메모판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수성펜으로 메모를 했다가 지우면 얼마든지 내용을 바꾸거나 다시 쓸 수 있는 방식의 물건으로, '썼다 지울 수 있다!'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문제는 이 기념품이 하필 재무성이 사학스캔들 관련 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라나며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배포됐다는 데 있다.
'썼다 지울 수 있다'는 표현이 '마음껏 문서를 조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 기념품에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아베 총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아베 총리가 '썼다 지울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날 당대회의 사회자는 "가정과 직장에서 메모판으로 몇번이고 사용할 수 있으니 꼭 활용해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오사카(大阪) 사학재단인 모리토모(森友)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이 스캔들은 재무성이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 등이 등장하는 문서를 삭제·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커지고 있다.
자민당 내 혹은 SNS에서는 기념품이 문서조작 파문을 소개하는 것 같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자민당 본부의 직원은 아사히에 "본 순간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문서조작이 밝혀지기 전부터 준비한 것이라 꺼림칙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가"라고 의아해했다.
한 자민당 소속 의원의 비서는 "이런 타이밍에 농담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기념품과 관련해 SNS에서는 "얼마든지 (문서) 조작 할 수 있다는 것이냐", "자학하는 센스가 너무 뛰어나다" 등의 비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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