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념관 건립부지서 125년전 시카고 세계박람회 유물 출토

입력 2018-03-27 10:07  

오바마 기념관 건립부지서 125년전 시카고 세계박람회 유물 출토
환경영향평가 중 전시관 잔해, 찻잔 세트, 낙타·순록 추정 동물 뼈 발견
한국 '대조선' 국호·태극기 가지고 처음 참가한 대형 국제 행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기념관(오바마 센터) 건립 부지에서 1893 세계 박람회(1893 World's Columbian Exposition) 유물과 잔해가 출토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도로관리청(FHA)과 일리노이 교통국(IDOT) 주도하에 오바마 센터가 들어설 유서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 중인 전문가 팀이 최근 125년 이상된 건축물 잔해와 찻잔 세트, 낙타·순록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뼈 등을 발견했다.
잭슨 공원은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자리다.
발굴조사를 실시한 고고학자들은 유명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1856~1924)이 설계해 주목받은 '교통 전시관'의 일부로 추정되는 붉은 색 건축자재들과 단호박색 스테인드 글라스 조각들, 박람회 공식 커피 공급업체 '체이스 앤드 샌본'(Chase & Sanborn) 로고가 새겨진 찻잔과 컵받침 파편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량 발견된 동물 뼈 가운데 일부는 박람회 참가국 대표들이 이국적 특색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데려왔다가 행사 기간 숨진 낙타와 순록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역사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건축 잔해들이 흑백사진 시대인 박람회 당시 흰색 신고전양식 건축물들과 대조를 이뤘던 설리반 건축물의 정확한 색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시카고 세계박람회 당시 '카이로 거리'에서 낙타 타기 체험을 제공했으며 '라플란드 빌리지'(스칸디나비아)에는 순록이 전시됐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유치한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는 세계 47개국이 참가했고 관람객 수는 총 2천750여 명에 달했다.
고종은 미국의 공식 초대를 받고 정경원(1841~1898)을 단장으로 궁중 악공 등 10여 명의 홍보사절단과 25톤 분량의 민속 공예 예술품을 보냈으며, 사절단은 '대조선'이라는 국호로 한국관을 차리고 태극기를 내 건 후 5월부터 10월까지 활동을 벌였다.
이번 발견과 관련, 일각에서는 오바마 측이 잭슨공원에 기념관을 지으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
잭슨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를 디자인한 19세기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1822~1903)가 '현대 도심 공원'의 비전을 재구현한다는 취지로 설계, 1893년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정식 개장했으며 1974년 국립사적지로 지정됐다.
미 연방법에 따라 당국은 건설 계획이 역사적인 건물이나 부지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FHA와 IDOT는 오바마 센터 건립 사업이 잭슨공원과 인근 지역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검토 중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새로운 논란이 일면서 오바마 센터 건립 사업 승인 절차와 착공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센터는 애초 2017년 봄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을 소외시키는 개발"이라는 지적과 함께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적 기대를 외면하고 사회적으로 퇴행적인 아이디어에 입각해 조성되고 있다"는 등의 반발이 일면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바마 센터 주변 인프라 재정비에 일리노이 주민 세금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억 원)가 투입될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 커졌다.
한편, 조사단은 오는 29일 시카고대학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번 발굴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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