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개헌 선거'로 주도권…"부결돼도 야당에 타격" 자신감
한국 "동시투표 하든 안하든 불리" 우려…일각선 '보수결집' 기대
전문가들 "여권에 유리" 주장 많지만 "야권도 나쁘지 않아"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신영 이슬기 기자 = 개헌안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번 개헌 정국이 6·13 지방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27일 여야의 물밑 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꼭 야권에 불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개헌 논의를 연결고리 삼아 이번 선거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선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방분권은 물론 기본권 향상·권력기관 개혁·경제민주화 등 개혁적인 가치를 헌법에 담고, 이를 정부가 제대로 구현하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가장 큰 이슈는 남북·북미정상회담과 개헌이다. 두 사안 모두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면서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투표 결과에도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개헌이 선거의 중심 이슈가 될 경우 선거 때마다 야권이 꺼내 들었던 '심판론' 역시 희석되리라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설령 국회가 개헌안 협상에 실패하고, 정부 개헌안마저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선거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의원은 "어떻게든 개헌안을 통과시키려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부결된다면 지방분권과 기본권 향상을 기대하던 국민의 실망감이 야당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개헌 투표를 통해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견제심리로 지방선거는 야권의 손을 들어주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개헌정국이 지방선거와 겹치는 상황이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개헌을 강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수도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아마도 계속 한국당 때문에 개헌이 안 됐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이 카드를 활용하려고 들 것"이라며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요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은 새롭고 변화를 추구하는 개헌세력이고, 자신들의 개헌스케줄에 동참하지 않으면 낡고 수구적인 호헌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용 프레임, 낙인찍기"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여당의 지나친 '개헌 드라이브'가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오고 중도보수까지도 등 돌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왜 이렇게 개헌에 집착하느냐는 의구심이 든 중도보수층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국민투쟁본부를 만들어 사회주의개헌을 저지하는 데 힘을 쏟겠다. 개헌이 왜 문제가 되는지 국민에게 알리겠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투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개헌정국이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지방분권의 가치가 개헌안에 담길 것으로 가정하면 여권에 유리한 것이 맞다"며 "'지방분권에 찬성하는 여권', '지방분권에 반대하는 야권'의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통화에서 "개헌안에 관심이 집중되면 다른 국정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약해지고 여당으로서 방어가 쉬워진다"며 "만일 부결된다면 야당이 부정적 이미지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권에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교수는 "개헌 동시투표로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중도층이나 중도보수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도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만한 지점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개헌 공방으로 공세의 포인트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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