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유소연(28)에게 ANA 인스퍼레이션은 특별한 대회다.
지난해 유소연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에서 짜릿한 연장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연장전 맞상대 렉시 톰프슨(미국)의 벌타 논란에 유소연의 우승이 살짝 가려지기도 했다.
오는 2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6천763야드)에서 열리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유소연은 1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LPGA 투어 인터뷰에서 "내가 렉시와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면, 내가 그런 경험을 했더라면 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렉시 톰프슨은 대회 4라운드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TV 시청자 제보로 전날 3라운드에서 공을 잘못된 장소에 놓고 플레이한 것이 드러나면서 톰프슨은 갑자기 4벌타를 받았다.
이 일은 유소연에게 기회가 됐다. 유소연은 18번 홀(파5) 버디로 톰프슨과 공동선두가 되며 연장전에 들어갔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우승을 발판으로 유소연은 세계랭킹 1위에 올라 19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추가 우승을 거뒀고, 박성현(25)과 함께 '올해의 선수' 상을 공동 수상하며 2017시즌을 화려하게 마쳤다.
다만 톰프슨의 불운한 상황에 관심이 쏠려 마치 유소연이 어부지리로 우승한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유소연은 "그런 일이 없었어도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고, 그 덕분에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단점이 모두 있는 일인데, 시즌 전체로 보면 좋은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ANA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에서 유소연은 절친한 사이인 박인비(30)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그는 "선두와 몇 타 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승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며 편하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때때로 고전했는데 서로 도닥이며 플레이했다. 그런데 우리 둘 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하면 연장전에 가는 상황이더라. 나는 버디를 했고, 박인비는 못했지만, 박인비과 함께 해서 특별했다"고 돌아봤다.
유소연은 "박인비와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는 몰랐다. 16번 홀 티샷할 때 규정 위원이 상황(톰프슨의 벌타)을 말해줬다. 그때도 우리는 리더보드를 잘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몇 위인지 몰랐다. 17번 홀을 마치고서 우리 이름이 리더보드 상단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 유소연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톰프슨을 동정한 관중들이 톰프슨에게 큰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나 자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말하면서 플레이했다. 다른 것은 내가 통제할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공을 치고, 내 게임이 집중하는 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은 유소연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유소연은 "그 전에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 3∼4홀에서 잘 못 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었다. 그래서 나의 정신력이 우승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우승 이후 '좋아, 나는 충분히 강하고, 최고의 선수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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