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971마리 매몰…인근 농가 구제역 번질까 '노심초사'
(김포=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7일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김포시의 A 돼지 농가 현장.
정밀검사결과 국내 돼지 농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전혀 안 된 A형 구제역이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방역작업 현장에서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현장 분위기를 짓눌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 방역복을 뒤집어쓴 가축위생방역지역본부 관계자들은 농가 진입로를 차단하고 모든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궁금증을 느낀 일부 주민이 농가 주변에 접근했지만 이내 저지당했다.
가축위생방역지역본부 관계자는 "구제역에 걸린 돼지 매몰작업이 예정돼 있어서 접근이 어렵다"며 "이곳에 진입하려는 행인과 차량을 우회로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 인근 공터에서는 김포시와 관계기관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방역팀 100여 명이 방역복과 장비들을 챙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 돼지 농가는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 있는 곳으로 6개 동에 돼지 971마리를 사육해 왔다.
돼지에 이상징후가 발견된 것은 이달 24일부터였다.
어미돼지 6마리의 사료 섭취율이 감소하는 듯하더니 26일에는 어미돼지 4마리의 유두에 수포가 생기고, 새끼돼지 10마리의 발굽이 떨어져 나가는 등 구제역 의심증상이 관찰됐다.
농가로부터 신고를 받은 김포시는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의뢰, 간이 킷트 검사를 시행했다. 결과는 양성반응이 나왔다.
곧이어 정밀조사에 나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구제역 '혈청형 A형'으로 최종적으로 확인하면서 이 농가는 국내 첫 혈청형 A형 돼지 구제역 발생지가 됐다.
2010∼2016년 세계적으로 발생한 87건의 A형 구제역 가운데 돼지는 3건에 불과할 정도로 돼지의 A형 발병은 드물다.
이날 오후 1시부터는 구제역 발생농가 돼지 917마리의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다.
방역 팀원들은 농가 주변을 파란색 비닐 천막으로 모두 가로막은 뒤 돼지 매몰작업에 나섰다.
매몰장으로 끌려가며 꽥꽥 질러대는 돼지들의 소리가 고요했던 농가의 정적을 깼다. 일부 돼지는 이동로를 이탈하며 순순히 끌려가지 않았지만 합판 등을 동원해 이동로를 막은 팀원들에게 가로막혀 다시 붙잡히기도 했다.
인근 공장 근로자 B씨는 "이 농가는 수년 전 구제역이 돌았을 때도 한번 돼지들을 매몰했던 것으로 들었다"며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돼지들이 저렇게 허무하게 매몰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쓰럽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김포시는 구제역이 인근 농가로 번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는 다른 농가 8곳을 집중적으로 예찰하고 있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염소 등 동물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가축 급성 전염병이다. 치사율이 5∼55%로 비교적 높다. 공기를 타고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이런 탓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들 농가의 가축을 모두 매몰 처분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가 주인들은 큰 피해를 우려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 관계자는 "이들 농가의 가축에게서 아직 수포 등 구제역 징후가 발생하지 않았다. 구제역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다른 농가와 지역에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대책도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방역심의회를 열고 위기경보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전국 모든 우제류 가축농장과 관련 시설에는 이날 낮 12시부터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tomatoy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