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고위급 방중 배경 분석…"북, 북미회담 성공·실패 모두 대비차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 개최 예정 등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 북중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문대근 한중친선협회 중국연구원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중국이 아무리 소원하다고 해도 상대로 인한 안보 이익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만날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라는 '백그라운드'와 함께 하는 것과, '홀몸'으로 나가는 것은 천양지차"라고 분석했다.
문 원장은 "북한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상의를 하게 되면 힘을 받아서 (북미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관련 중요한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듯한 모습은 피하려 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같은 강경파들이 들어서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된 상황에서 '우군'을 확보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며 "또한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잘 풀려서 제재가 해제되면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협 논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시진핑(習近平) 주석 입장에서는 지난해 당대회와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마치고 대외정책 면에서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동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 양쪽 모두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최고위급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잘 안된다면 중국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길 기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중국에 갔다면 그를 수행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 아니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또는 다른 인물이 방중했다면 그 인물이 과거 김정일 집권 시절 대(對) 중국 창구였던 장성택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으로서는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더라도 내 뒤에는 중국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 것이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무역, 대만 문제 등에서 자꾸 자신들을 압박하면 북핵 문제에서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며 "미북간 북핵 게임의 맥락에서 봐야 함과 동시에 미중경쟁의 맥락에서도 동시에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