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두고 추경 안하는 파주시, 공무원노조 "스튜핏"

입력 2018-03-28 06:13  

선거앞두고 추경 안하는 파주시, 공무원노조 "스튜핏"
사용가능한 예산 1천400억원…새 시장 선물 보따리?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파주시가 시급한 사업추진을 위해 필요한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추진하지 않자 공무원노조가 논평을 내고 '스튜핏(stupid·어리석은 소비성향을 빗댄 신조어)한 행정'이라며 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파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최근 시청 내부 게시판에 성명을 내 "집행부가 신속집행(조기 집행) 평가를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고, 사업부서에서 시급을 필요로하는 추경은 거부하고 있다"면서 "쓸 때는 확실하게 빨리 쓰고, 아낄 것은 아껴야 '그뤠잇(great)'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는 신속집행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없이 평가를 위해 공무원들을 맹목적인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신속집행은 단순히 실적과 평가를 위해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또 "신속집행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니 따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시민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공무원에게 무리한 사업진행을 강요하는 식의 신속집행은 옳지 않다"면서 "세금으로 사용되는 예산은 분명 아껴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는 2년 동안 준비한 광탄면 기산리 마장호수 일원을 체류형 수변 테마 체험 공간으로 바꾸는 '마장호수 休 프로젝트'사업을 마치고 오는 29일 개장한다.
시는 지난해뿐 아니라 예년에도 4∼5월 추경을 편성해왔지만, 올해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7∼8월을 예정하고 있다.
시 관광과는 지난해 말 각 지역에서 몰려들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확보를 위해 기획예산관실에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예산관실에서는 "관광객이 얼마나 올지 모른다"며 관련 예산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과는 올 초부터 마장호수 개장에 맞춰 호수일원 개인 땅을 빌려 임시 주차장 220면을 조성했다.
또 주말인 오는 31일부터는 시 직원 12명씩을 편성, 주차안내 요원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관광과 직원은 "기획예산관실에서 주차장 확보 예산을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임시 주차장을 조성하고, 원활한 교통정리를 위해 주말에 순번제로 직원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경을 요구하는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농복합도시 파주는 벼농사를 주로 하는데 당장 농번기가 다가오는데도 예산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농민이 피해를 볼 상항이다.
시는 올 초 경기도로부터 공동 농작업을 통한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벼 육묘 생력화 기계 지원' 사업을 내려보냈다.
육묘 이송 적재기는 경기도 예산 2천79만원, 시비 4천851만원 등 구입비가 6천930만원이다.
여기에 다양한 노린재를 한 번에 포획할 수 있는 노린재 트랩을 과수 재배 농가와 단체에 지원하라고 사업을 내려보냈다.
경기도 예산 900만원에 시 예산 1천500만원이 든다.
이들 농기계와 트랩은 4∼5월 농번기에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시가 추경을 하지 않아 예산 반영이 안 되면 고스란히 농민이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현재 시가 추경을 할 수 있는 재원이 1천400억원이 있다"면서 "예산을 주무르는 일부 과장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 취임할 시장을 위해 예산 보따리를 선물로 줘야 하기 때문에 추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추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면서 "이번 주말 주차안내를 맡은 직원들도 시간 외 수당이 시민 혈세로 지급된다. 예산부서는 신임시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시급한 사업 예산에 대해 추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전에 시급한 예산에 대한 수요조사를 통해 필요한 예산은 국·도비 또는 시비로 추진 가능하기 때문에 추경 반영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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