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요즘 대전 서구의회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쩌다 이들이 주민의 대표가 됐는지 궁금할 정도다.
대전지역 정가에서는 '막장 드라마도 서구의회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서구의회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추행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자유한국당 김철권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 건을 부결시켰다.
주민 대표가 성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윤리위원회가 지방의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제명하기로 하고 본회의에 상정한 안건을 동료 의원들이 막은 것이다.
본회의에서는 재석 의원 19명 가운데 반대 10명, 찬성 6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투표에 참여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8명, 바른미래당 1명이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돼 누가 찬성과 반대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중 최소한 4명은 김 의원 제명에 반대나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난 여론이 퍼지자 민주당 대전시당은 본회의 의결 9일이 지난 뒤에야 소속 서구의원 10명 전원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성추행 의원 제명을 부결시키는 데 민주당 의원들이 가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시당의 경고로 서구의회의 추태 2라운드가 시작됐다.
경고 메시지를 받은 민주당 서구의원들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김 의원을 징계하자며 부랴부랴 임시회 소집을 준비한 것이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면서 김 의원 제명이 예상됐다.
그러나 임시회를 열더라도 김 의원을 징계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서구의회 회의 규칙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징계안을 발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김 의원 징계는 너무도 너무 늦었다는 설명이다.
회의 규칙조차 파악하지 않고 임시회를 소집하겠다며 부산을 떤 셈이다.
서구의회의 꼴불견은 지난 2014년 등원 첫날부터 시작됐다.
6·4 지방선거 결과 새정치연합(민주당 전신) 11명,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9명의 당선자가 나왔지만, 새정치연합 의원 1명이 원 구성 직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동수가 됐다.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당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서구의회는 3개월가량 의회 문도 열지 못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늦은 개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태어났다.
이후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소속 구청장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발목을 잡았고, 그때마다 여야가 강하게 대립했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중앙정치 흉내만 냈다.
2015년에는 '평생학습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처리를 놓고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도 있었다.
원 구성 파행 등 갖가지 논란에 대한 자성은 고사하고, 정당·정파 간 이해와 입장차에 따라 공인의 처지를 망각한 채 시정잡배와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게 생생하다.
6·13 지방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 정당이 현 서구의원들에 대한 공천을 어떻게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구의회 복귀나 시의회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서구의원들이 지난 4년간 지역주민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줬는지, 과연 지역주민을 위해 어떠한 의정활동을 했는지 꼼꼼하게 심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4년간 이들에게 매달 350만원이 넘는 의정비를 시민의 혈세로 지원한 게 아까울 뿐이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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