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폐기 희망 미국인 21% 불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존 폴 스티븐스(97) 전 미국 연방 대법관이 총기 보유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2조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 면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수정헌법 2조는 근래 수십 년간 본래 취지를 넘어 잘못 해석돼왔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이 시대에 역행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기한 미국 수정헌법 2조는 1791년에 제정됐다.
원래 이 조항의 목적은 잘 훈련된 민병대가 지역 공동체의 치안을 확보하고 정부의 폭압에 맞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스티븐스는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공화당 성향인 스티븐스는 총기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이제 이 조항에 손을 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총기 규제 시위대는 지금까지 반자동 소총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고 총기 구매 때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면 훨씬 더 지속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헌법 2조가 사라지면 입법자들은 반자동 화기류의 민간 보유 금지를 법제화해야 하며, 총기 보유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고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것도 모두 해결된다"라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에 대법관에 선임돼 2010년까지 35년간 재임한 뒤 은퇴했다.
스티븐스의 기고는 지난 주말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가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를 요구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이 펼쳐진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수정헌법 2조 폐기가 미국에 총기 폭력의 궁극적인 감소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이는 다른 어떤 개혁보다도 간단하고 극적이며, 지난 주말 거리에 나선 이들의 목적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티븐스 전 대법관의 발언이 나오자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수정헌법 2조 총기 조항 폐지 여부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인의 21%는 수정헌법 2조 폐기를 희망했지만 60%는 존속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39%는 폐지를 희망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그 비율이 8%에 불과했다.
흑인의 30%, 북동부 주민의 28%가 폐기를 지지했다.
수정헌법 2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는 전체 응답자의 46%로 폐기 주장보다는 훨씬 높았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26%는 수정헌법 2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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