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 보인다지만…체감 못 하는 서민들(종합)

입력 2018-03-28 14:57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 보인다지만…체감 못 하는 서민들(종합)
고용·양극화 탓…12년째 2만 달러대에 묶여
정부 호황은 지속…총처분가능소득서 가계 비중 줄고 정부는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큰 이변이 없으면 올해 1인당 GNI 3만 달러를 돌파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서민들의 삶은 제자리걸음이어서 1인당 GNI 3만 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 성장률·환율, 3만 달러 목표 달성에 호재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확정) 및 2017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9천745달러로 1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보통 한 국가 국민의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무게감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24개국만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다.
한국은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고 나서 12년째 3만 달러 고지를 밟지 못했다.
2007년에는 2만2천992달러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년 연속 미끄러져 2009년엔 1만8천256달러까지 내려갔다.
2014∼2016년엔 3년 연속으로 2만7천 달러대에서 맴돌았다.
일본(5년), 영국(8년), 미국(9년)보다 한국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달하기까지 더 오래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 목표 달성이 눈앞이다. 작년 1인당 GNI는 3만 달러에 불과 255달러 모자란다. 0.9%만 늘면 올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찍는다.
전망은 어둡지 않은 편이다.
탄탄한 수출 증가세를 등에 업고 올해도 한국 경제는 3.0%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성장률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원/달러 환율은 작년보다 하락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수록 달러화로 환산한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1인당 GNI 증가에 도움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출 증대를 위해 약(弱) 달러를 선호하고 있고 사이클상으로도 달러가 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0.8원이었으나 블룸버그 통신이 투자은행(IB) 등을 상대로 조사한 환율 전망에서 환율은 올해 3분기 1,125원, 4분기 1,120원으로 차츰 내려갈 것으로 나타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에는 성장률보다 환율의 영향이 크다"며 "올해 환율은 작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달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 지지부진한 소득·고용·양극화 개선, 체감 경기 떨어뜨려



그러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체감 경기와 밀접한 고용, 소득 추이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은 11.1%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특히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9.9%,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는 22.7%로 0.7%포인트나 상승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은 가계로 제대로 배분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노동소득 분배율은 63.0%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감소하기는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경제주체별로도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천722조5천억원) 중 가계가 가져간 비중은 56.0%(964조2천억원)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축소했다.
기업 몫도 20.6%에서 20.2%로 쪼그라든 가운데 정부의 총처분가능소득 비율만 23.1%에서 23.8%로 유일하게 늘었다.
지난해 기록적인 소득세, 법인세 호황에 따른 결과지만 서민 삶이 팍팍하다 보니 나라 곳간만 가득 차는 일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매 분기 역성장했다가 작년 4분기 겨우 플러스 성장(1.6%)으로 전환했다.
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도 2016년 1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증가(소득분배 악화)하다가 작년 4분기에 비로소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국가가 1인당 GNI 3만 달러를 달성할 때와 현재 한국의 상황을 견준 결과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천69시간·2016년 기준)은 G7(1천713시간)보다 길었다.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 개선율, 상대적 빈곤율 개선세도 G7 대비 미약했다.
1인당 GNI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뒀다고 해서 한국 경제 앞날이 장밋빛이 아닌 이유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환율이 급등해 1인당 GNI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의 결실이 민생경제까지 파급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고용,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경제 성장·국민 생활에 기반이 되는 보건·의료, 안전,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공공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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