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오스트리아가 지난해 도입한 일명 '부르카 금지법'에 따라 단속을 벌였던 현지 경찰이 해당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단속에 나선 결과, 이슬람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전통 의상인 부르카 대신 스모그 차단용 마스크, 스키용품, 동물 복장 등이 적발 사례의 주를 이루면서 법의 원래 취지에 비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초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 정통 이슬람교가 눈에 잘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사회통합정책'의 하나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 논란을 피하고자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만이 아니라 얼굴을 가리는 모든 복장을 금지했다.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착용하는 머플러 형태의 햇빛 가리개와 마스크를 비롯해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의상, 장비가 금지 대상이 됐다.
주간지 '프로필'이 지난 26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이래 경찰이 이 법에 근거에 단속한 사례는 29건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단 4건만이 베일로 얼굴을 가린 경우였고, 그마저도 여성 한 명이 4차례에 걸쳐 적발된 것이었다.
나머지는 스카프나 스키 마스크, 동물 복장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에게 주의를 준 경우였다. 스모그 차단용 마스크를 쓴 아시아 관광객들도 경고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시행 초기 빈에서는 경찰이 의회 건물 밖에서 토끼 복장을 하고 있던 한 남성에게 토끼 가면을 벗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 이 토끼는 오스트리아 의회의 공식 마스코트로, 당시 의회 홍보 영상 촬영 중이었다.
오스트리아 경찰노동조합의 헤르만 그레이링거는 "만약 이 법이 보수적 이슬람교와 싸우는 데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많은 경찰이 이 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2011년 프랑스가 가장 먼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고 벨기에와 스위스의 티치노 칸톤(州)이 뒤를 이어 비슷한 조처를 했다. 네덜란드는 공공건물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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