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역사 속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8-03-28 10:12  

그 많던 역사 속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케르스틴 뤼커·우테 댄셸의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교황이나 왕들이 싸우고 그것도 모자라 전쟁이나 역병이 넘쳐나거든요. 남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옳고 착하지만 여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역사책은 너무 지루해요."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은 소설 '노생거 수도원' 주인공의 입을 빌려 역사책의 권위에 의문을 던진다.
약 200년 후 아이들에게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어주던 작가 케르스틴 뤼커와 교사 우테 댄셸 또한 역사책에 여성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인류 역사의 거대하고 혁명적인 순간에 남성들이 전면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비범한 여성 철학자와 작가, 작곡가,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나마 역사책에 이름을 올린 여성들도 "모략을 일삼고 잔인하며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매우 나쁜 여자"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두 사람이 쓴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어크로스 펴냄)는 잃어버린 조각들, 즉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내 세계사의 퍼즐을 다시 맞춰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태초에 차별이 있었다'를 비롯해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나라를 다스렸고 전쟁터에 나가 싸웠으며 여러 방면에서 능력을 입증했고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희 출신 신데렐라 황후'로 인식되는 비잔틴 황후 테오도라가 '대제'로 불리는 남편 유스티니아누스 1세 못지않게 나라를 안정적으로 다스리는 데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초기 기독교 시절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성인 니노도 수많은 신학자의 주장과는 달리, 여성이었다. 일본 최초의 소설 '겐지 이야기'는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이름의 궁정 여인의 손에서 태어났다. 달 착륙 코드를 프로그래밍한 사람도 여성인 마거릿 해밀턴이다.
책은 비범했던 여성들만을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랜 뿌리를 가진 남녀 차별의 역사도 우리가 분명히 인지해야 할 부분임을 강조한다.
3천 년 전 아시리아 법전에 등장하는 베일 규정은 사회가 남녀를 다르게 대우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오랜 증거 중 하나다.
중국 고대왕조 상 유적에서는 "아이를 낳았는데 길하지 않았다. 딸이었다"는 갑골문자가 발견됐고, 유대인들의 기도문에는 "제가 이교도로, 바보로, 여자로 태어나지 않게 하시어…"라는 구절이 있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철학자나 사상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는 여성에게만큼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시각을 견지했고, 계몽주의를 이끈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여성은 노래를 부르고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해야 하는 존재로 한정 지었다.
저자들은 역사에서 추방된 많은 여성을 이제 다시 불러올 때임을 알리면서 "우리는 그저 몇몇 여성을 꿈의 왕국에서 세계사의 의식으로 불러오기 위해 시작의 문을 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장혜경 옮김. 512쪽. 1만7천800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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