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교무대 앞두고 북중관계 복원으로 '전통적 우군' 확보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여러모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첫 방중을 택했다는 점이 닮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10여일 앞둔 5월 29일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그 전에는 한 번도 최고지도자의 자격으로 중국을 찾지 않았다. 김일성이 1980년대 이후 사망하기 전까지 2∼3년에 한 차례꼴로 비교적 빈번하게 중국을 찾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1992년 한중수교로 북중관계가 전보다 소원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덩샤오핑을 비롯해 후야오방 공산당 총서기 등 1980년대에 잇따라 방북했던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의 평양행 발길도 끊겼다.
그러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진 첫 방중을 통해 중국의 지지를 얻어내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예전만 못하던 북중관계를 전격적으로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개발과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등으로 북중관계가 긴 시간 냉각기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첫 방중 카드로 중국이라는 '전통적 우군'을 회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에 '피로써 맺어진 친선', '형제적 이웃'과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등 이번 방중으로 북중관계가 전략적 차원에서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엔 남북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북미정상회담까지 앞둔 시점이라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더욱 절실했을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상외교가 벌어지기 전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전통적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외교실험'에 나서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비핵화라는 쉽지 않은 의제로 미국과 '일전'을 앞둔 만큼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것도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의 닮은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집권 기간 8차례 방중하면서 방문이 끝날 때까지 비밀행보를 이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역시 일정이 마무리된 후 북중 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형식으로 공개됐다.
평소 현지지도 때 전용기를 자주 이용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방중을 하더라도 항공편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부친과 마찬가지로 특별열차를 통한 육로 방중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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