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산불…고성 주민들 "큰 피해 없이 꺼지길"

입력 2018-03-2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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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산불…고성 주민들 "큰 피해 없이 꺼지길"
가진리 주민 445명 대피령…'산불 악몽'에 조마조마


(고성=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바람이 왔다 갔다 해서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어유 정신이 하나도 없어 죽겠어."
28일 강원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에서 난 산불이 가진리, 공현진리 등 주변 지역으로 번지면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등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진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불씨가 마을 턱밑까지 내려온 가진리는 주민 대피로 정신없는 상황이다.
가진리 지역은 오전 7시 54분 240가구 445명을 대상으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하명 이장은 "대피 방송도 하고 집마다 직접 찾아가 대피 사실을 알리느라 정신없는 상황이다"며 거친 숨을 헐떡였다.

다행히 산불 피해 지역에서 벗어난 인근 다른 지역 주민들도 '혹시나 불씨가 바람을 타고 넘어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진화인력 근처에 모여들고 있다.
공현진2리 주민 김모(66)씨는 "여차하면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가진리 쪽이 피해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동해안 대형산불의 악몽을 떠올리며 큰 피해 없이 진화되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탑동2리 주민 전모(45)씨는 "옛날에 산불 불똥이 산 하나씩을 그냥 태웠던 기억이 난다. 바람이 산을 타고 내려와 바다로 불어 바닷가 쪽 주민들이 대피하고 그랬다"고 산불 경험을 떠올리며 "큰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며 노심초사했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는 1998년 강릉 사천,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와 강릉 등에서 대형산불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성에서도 1996년 4월 23일 죽왕면에서 난 산불로 3천762㏊가 잿더미로 변했고, 2000년 4월 7일 토성면 산불로 1천210㏊가 소실되는 등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동해안은 3∼5월 양양과 고성 간성(혹은 강릉) 사이에서 '양간(강)지풍'으로 불리는 고온건조한 국지적 강풍이 분다.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유입될 때 자주 발생하는 데, 양간지풍이 발생할 때 산불이 발생하면 동시다발 및 대형산불로 확산할 위험이 매우 크다.
이날 산불도 동해안에 내려진 강풍 주의보 속에 산불현장에는 순간 초속 11.7m 강풍이 불면서 탑동리에서 가진리, 공현진리 등 바닷가 지역으로 번졌다.
정오까지 가진리 일대 240가구 445명 주민이 대피했으며, 인근 공현진초등학교와 간성초등학교, 고성중학교 등 3개 학교가 휴업하거나 오전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하교시켰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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