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장비 쓸까 말까"…이통사, 장비 도입 '고심'

입력 2018-03-28 18:52  

"화웨이 5G 장비 쓸까 말까"…이통사, 장비 도입 '고심'
가성비·기술력 좋지만 보안 우려·비난여론 부담…미국은 노골적 견제
"특정 업체 배제않고 다양한 검토할 것…국내 업체와 상생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차세대 통신 5G 장비업체 선정을 두고 국내 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가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만, 실제 선정 시 보안 우려와 함께 중국산 장비 채택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화웨이 견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오는 6월 주파수 경매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올초 장비 도입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화웨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주요 장비업체에 발송한 상태다.
5G 주파수 대역은 3.5㎓와 28㎓로 나뉘는데 3.5㎓ 대역에서는 화웨이, 28㎓ 대역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도업체로 꼽힌다.
두 개 대역 중 국내 통신업계의 관심을 끄는 대역은 3.5㎓다. 3.5㎓ 대역은 전국망 구축에 유리해 설비투자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3.5㎓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는 경쟁업체보다 1분기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는 지난달 세계 최초의 5G 상용 칩세트 '발롱5G01'을 공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발롱5G01을 탑재한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업체들은 내년 1분기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단말부터 네트워크 장비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부터 기지국 장비까지 신속하게 받을 수 있어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한 화웨이는 5G 시대에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보다폰, NTT도코모, 도이치텔레콤 등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 중이다.
삼성증권 정재훈 연구원은 "화웨이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LTE망(2㎓대)과 인접해 활용도가 높은 3.5㎓ 주파수에 집중하며 좀 더 넓은 매스 마켓(mass market)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세계 최대 5G 시장인 미국은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 도입에 부정적이다.
2012년 화웨이의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의회 보고서가 나오면서 화웨이는 사실상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지난 1월 미국 2위의 이동통신사인 AT&T는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미국 시장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6일(현지시간) 통신사가 보편적 서비스 기금(USF)을 이용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업체의 장비를 사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화웨이의 반박에도 미국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통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신 3사는 일단 '특정 업체를 배제하지 않고, 다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입장은 좀 더 조심스럽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달 초 "화웨이 장비가 깔릴 경우 거기에 연동되는 다양한 디바이스의 보안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유념해서 상용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2013년 국내 최초로 화웨이의 LTE 통신장비를 도입하자 미국과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전례도 부담스럽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해외 통신사와 경쟁하는 시점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다면 과거보다 더 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핵심 장비로 중국산을 쓰면 5G 상용화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점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와 상생도 무시하기 어려운 가치"라며 "단순히 기술력이나 가격으로만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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