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달라진 '비핵화 판도', 북·중 의도 정확히 읽어야

입력 2018-03-28 19:02   수정 2018-03-2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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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달라진 '비핵화 판도', 북·중 의도 정확히 읽어야

(서울=연합뉴스) 북한과 중국이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는 비핵화 의지도 확인했다고 한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전제한 것이지만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우리의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이 확인하고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북한 매체들이 침묵을 지켜 불안해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그런 우려를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얘기한 '한미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는 6자회담 과정에서 나온 '행동 대 행동'에 입각한 단계적 방식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까지 단계를 여러 개로 나누고 단계별로 대북 경제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과 맞바꾸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우리 정부는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 해결하듯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내세우며 단계적 보상방식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를 하고 있다.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소득이지만 첫걸음부터 견해 차이가 있는 듯도 해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비핵화 방법에 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정교하게 계산된 것이라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조금씩 내주고 보상을 받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의도를 사전에 파악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교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냉랭했던 관계를 접고 협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제재를 이행하면서 '차이나 패싱'까지 우려했던 중국이 다시 영향력 회복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셈법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전장치가 필요한 북한과 대북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보는 시각은 대체로 일치하는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과 분석이 엇갈린다. 중국이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비핵화에 나서도록 설득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 미국보다는 더 강하게 설득할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진영이 강경파로 채워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중국이 대북영향력을 회복하겠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고삐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하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전망과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북·중 관계가 판을 바꿀 변수가 된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정부는 일단 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럽게 이뤄진 북·중 관계개선이 4월 정상회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갖고 북한의 의도나 중국의 의중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마침 중국은 29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정치국 외교담당 위원을 시 주석의 특별대표로 한국에 파견한다고 한다. 원래 예정된 방문이지만 그를 통해 북·중 정상회담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이날 처음 열리는 남북고위급 회담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과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대처해야만 북·중 관계개선을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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