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줄다리기에 끼어든 시진핑…'중국관여론' 급부상·美 장악력 약화
미 언론, '김정은 방중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김정은 방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셈법이 한층 복잡하게 됐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군이 절실한 북한과 '차이나 패싱'을 우려해 온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나 워싱턴 안팎에선 '중국 관여론'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김-시 회동, 트럼프에 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안기다'라는 기사에서 "북·중 정상의 만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하게 된 외교적 도전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중이 이번 전격 회동을 통해 미국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시 주석을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이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며 정상회담의 어젠다 설정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협상주도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중 간 소원한 관계를 파고들어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를 유인하며 북한을 압박해왔지만, 북·중의 관계 회복으로 그 지렛대가 약화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더욱 자신 있게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WP는 내다봤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군사 분석가인 애덤 마운트는 WP에 "베이징과 평양 사이의 분열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략을 뒷받침하는 큰 자산이었다"며 "북·중 간 관계 회복이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나아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의 유효성도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 레시옹(Ni Lexiong) 상하이대 정책연구소장도 "북한은 양쪽 모두로부터 이득을 얻어내기 위해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열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 은밀한 방중으로 협상력을 구축하다'라는 기사에서 "두 사람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평양 입장에선 지렛대를 강화하고 협상의 입지를 키우게 됐다"는 중국 민간연구소 차하얼 학회의 북한 전문가 왕펑의 발언을 소개했다.
CNN방송은 '중국,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에게 변화구를 던지다'라는 기사에서 "이번 방중은 김정은이 앞으로 워싱턴과 서울을 상대로 제재 완화 및 핵보유국 인정 등을 밀어붙일 때 (중국이라는) '외교적 무기'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팀이 험난한 여정을 항해해야 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북·중의 메시지는 중국의 관여 없이는 북한과 어떤 협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평양과 베이징 간의 소원한 관계로 인해 잠복했던 상황의 복잡성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고 풀이했다.
마운트는 CNN에 "북·중 간 관계 복원은 백악관에 안 좋은 징조"라며 "(북·중 관계가) 조금만 좋아져도 협상 전망에 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생긴다. 북·중이 조율된 그들만의 어젠다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이 북미정상회담을 주도하려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고,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과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다섯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단결을 깨려는 건 북한의 전형적인 술수"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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