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업일수록 통화정책 효과 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최근 금리가 인하해도 기업 투자는 제대로 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설비투자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통화정책과 기업 설비투자 : 자산가격 경로와 대차대조표 경로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소비,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일부의 주장을 뒤엎는 결과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와 육승환 한은 연구위원은 2000∼2016년 국내 기업의 재무제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금리 인하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은 이론적으로 ▲ 자산가격 경로 ▲ 대차대조표 경로 등 2가지 경로로 설비투자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 경로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자본시장에 유입, 주가가 상승하고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는 이론이다.
'토빈q'(기업의 주가/기업 순자산 장부가액)라는 지표를 활용, 토빈q가 기업의 투자율과 양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토빈q는 기업이 보유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해 주주의 부를 늘렸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토빈q가 커질수록 투자 효율성이 좋아 설비투자를 늘린다는 의미다.
토빈q는 주가와도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금리가 인하해 주가가 상승하면 토빈q가 증가, 기업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는 경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 경로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거나 이자비용이 감소하면 기업의 현금 흐름이 개선, 사내유보가 증가하는 경로다.
사내유보와 같은 내부자금을 투자에 동원할 수 있으므로 외부자금 조달 비용은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경로도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이론과 마찬가지로 확장적 통화정책 아래에서는 유동성 자산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했다.
유동성 자산 부족으로 투자 비용을 조달하기 어려운 기업에 확장적 통화정책이 도움됐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자산가격 경로, 대차대조표 경로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내부자금 조달이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이 투자할 때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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